[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신념과 아집.’
한끗 차이다. 과정과 결과를 모두 챙겼을 때는 개성이 강한 것으로 박수받지만, 반대의 경우 융통성이 부족하단 평가를 받는다. 파울로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그 한끗 차이의 굴레에 있다.
벤투호는 지난 11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홍콩을 만나 2-0으로 이겼다. 8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며 두 골 차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9위 홍콩을 상대로 원활한 경기 운영을 펼치지 못했다. 특히 공격 과정이 시원하지 못했다. 찜찜함이 남는 90분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자신만의 철학과 스타일을 강조해왔다. 점유율에 기반을 둔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꾸준히 입혀왔다. 무색무취인 것보단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유지할 수 있는 큰 틀을 닦았다는 점에서는 칭찬받을 일이다. 벤투호의 궁극적 목표는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이기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데 적절한 행보다.
하지만 스타일이 너무 명확해 쓰임새가 뻔하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소집 명단만 보고도 선발 라인업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상대 팀들 역시 벤투호의 장단점을 공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조기 탈락 및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부진 등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홍콩전도 같은 모습이었다. “비길 수도 있었다”는 믹수 파탈라이넨 홍콩 감독의 발언이 뼈아프다.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축구가 상대를 흔들지 못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법도 준비해야 한다. 상대 맞춤형 전략이나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전술도 필요하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해 출전한 김승대(28), 문선민(27·이상 전북), 김보경(30), 김태환(30·이상 울산) 등을 기존 전술에 끼워 맞추다 보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승리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스타일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누가 대표팀에 들어와도 같은 스타일의 축구를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손흥민(27·토트넘) 황의조(27·보르도) 등 유럽파가 빠져도 같은 전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근거가 생긴다. 벤투 감독이 이번 대회 남은 두 경기에서 근거를 증명하지 못하면, 전임자인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처럼 그저 아집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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