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일으켜줄래.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의 '잠실 원희' 자밀 워니(25·199.8㎝)가 상대 선수들을 상대로 재미있는 신경전을 펼치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안겼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전반에 워니가 오리온의 최진수와 부딪히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이때 대개 서로 미안하다는 뜻으로 손을 맞부딪히거나 엉덩이를 두들겨주는 것이 관례다.
먼저 최진수가 워니에게 손을 내밀며 유화 제스처를 선보였으나 워니는 단호하게 최진수의 손을 가로막으며 '됐다'는 듯이 선을 그었다.
후반에는 워니의 골밑 득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 상황이 나왔다.
자신에게 파울을 한 오리온의 장재석 밑에서 넘어져 있던 워니는 이번에는 반대로 장재석을 향해 두 손을 쭉 내밀며 '일으켜 달라'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전반 한때 18점 차로 끌려가던 오리온이 39-32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도망가는 득점에 성공한 워니가 자신에게 반칙을 한 선수에 대해 '깜찍한 도발'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장재석이 워니의 '일으켜 달라'는 제의를 무시했고 결국 SK 팀 동료 선수들이 워니를 잡아 일으켜줬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수비할 때는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가 코트 위에 넘어지며 워니의 반칙이 선언됐다.
그러자 워니는 사보비치의 넘어지는 동작을 다소 과장해서 흉내 내며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자신의 반칙이 아니라 사보비치의 '플라핑'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치열한 승부 |
이날 19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8개나 잡아내며 알토란 같은 득점을 많이 올린 워니에게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상대 선수들과 신경전을 많이 벌였는데 어떤 상황이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워니는 "그런 상황은 많이 겪어왔다"며 "그런 데에 동요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팀 동료인 김선형은 "그런 신경전은 농구에 당연히 있는 요소이고 미국프로농구(NBA)에는 더 심하지 않으냐"며 "너무 안 좋은 쪽으로 심하지만 않으면 하나의 재미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워니 편에 섰다.
김선형은 '(테크니컬 파울 등에 대한 우려로) 혹시 불안하지는 않으냐'는 물음에 "경기는 팀 대 팀으로 벌이는 전쟁이니까 불안하기보다는 옆에서 보면서 오히려 경기에 대한 의욕이 더 생긴다"며 "앞으로 더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선수들 간의 이런 도발과 신경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있었다.
당시 창원 LG 소속이던 김종규가 5차전에서 덩크슛을 한 뒤 상대 팀 울산 현대모비스 로드 벤슨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이 거수경례는 바로 벤슨이 시즌 내내 세리머니 동작으로 하던 '전매특허'였는데 김종규가 뒤에서 쫓아오던 벤슨을 따돌리고 덩크를 한 뒤 이를 벤슨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상대 선수를 향한 조롱과 도발의 의미가 있었다는 심판 판정에 따라 테크니컬 파울이 지적됐다.
그때 김종규는 "이틀 전 4차전에 벤슨이 나에게 한 것을 그대로 한 것뿐이었다"고 억울해했다.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되지만 심판 판정 기준이 어느 정도까지 이를 허용하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마침 '코트의 악동'으로 유명한 트로이 길렌워터가 인천 전자랜드에 시즌 대체 선수로 입단했고 이르면 7일 SK와 경기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길렌워터는 2014-2015시즌부터 2년간 국내에서 뛰면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타임아웃 도중 카메라를 향해 수건을 던지는 등의 선을 넘는 '돌발 행위'로 2016년부터 2년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이 제한되기도 했다.
email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