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최고 19위→170위…극복하는 태도 달라진 정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19위에 올랐지만 1년 만에 170위대로 떨어졌다. 한국 테니스 '희망'으로 불리는 정현(23·한국체대)의 이야기다. 정현은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오른 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면서 2018년 4월에 19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 성적이었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 랭킹 기록이었다.

중앙일보

2019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하고 포효하는 정현.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발바닥, 등, 허리 등의 잦은 부상으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올해는 1, 2월에 4개 투어 대회에 출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호주오픈 2회전 진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판에서 탈락했다. 지난 1월 초 타타오픈에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2회전에서 졌고 ASB클래식에서는 1회전 탈락했다. 모두 하위 랭커에게 덜미를 잡혔다.

정현은 부상 치료로 5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동안 랭킹은 계속 떨어졌고 지난 8월에는 올 시즌 가장 낮은 랭킹 170위를 기록했다. 정현이 170위대 랭킹을 기록했던 것은 5년 전인 2014년 12월이다. 그가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연도다. 정현은 공교롭게도 최고의 자리에서 순식간에 제로의 자리로 낙하했다.

중앙일보

2019 US오픈 3회전에서 라파일 나달에게 지고 코트를 떠나는 정현.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현의 세계 랭킹 가파른 하락은 처음이 아니다. 정현은 2015년 4월에 생애 처음으로 100위 안에 진입했고, 9월 US오픈에서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메이저 대회 본선 승리를 거두면서 화제가 됐다. 그리고 10월에 51위에 올랐다. 당시 개인 최고 랭킹이었다.

그러나 8개월 후, 2016년 5월 다시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정현은 퓨처스·챌린저 등 하위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랭킹 포인트를 모았다. 그러다 100위 내 선수들과 겨루는 투어 대회 출전이 늘어나면서 1회전에서 자주 고개를 숙였다. 일부 팬들은 정현의 실력이 '거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현은 냉혹한 프로 세계를 겪으면서 심신이 지쳐있었다. 그는 "자꾸 지니까 정말 힘들다. 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주변에서 '길게 내다보라'고 하는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브를 고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결국 그해 5월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후, 3개월 동안 코트에서 떠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후, 랭킹 하락에 대처하는 정현의 태도는 달라졌다. 지난달 29일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행사에서 "지금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즐거웠다면 됐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마음가짐이 어릴 때로 돌아갔다. 경기장에 서 있는 게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개 챌린저 대회 중 1개 대회에서 우승했으나 투어 대회에선 6승 8패를 기록했다. 세계 랭킹은 129위까지 회복됐지만, 객관적으로 부진한 시즌이었다. 그런데 정현은 3년 전처럼 지쳐있지 않았다.

중앙일보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2019'에서 정현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운동하는 또래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정현 어머니 김영미씨는 "최근에 현이가 축구선수 황희찬, 백승호 등과 친해지면서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정보를 교환한다. 또래 선수들이 느끼는 고충을 공유하면서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은 아직 20대 초반이다. 코트에서 뛸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았다. 성적 부진으로 지쳐 있기보다는 즐겁게 일상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정현은 그렇게 얻은 힘을 '성숙'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시즌을 절반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긍정적으로 이겨냈다.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라고.

정현은 2016년 부진했지만 2017년에 비상했다. 투어 대회에서 22승 15패를 기록했고, 넥스트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했다. 그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해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썼다. 올해 부진했으나 성숙해진 정현은 내년에 또 한 번 비상을 노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