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혼전의 K리그… 우승도, ACL 진출도 마지막 경기서 결정

울산, 블투이스 동점골로 전북과 1-1 무승부

마지막 38라운드 포항전서 비겨도 우승

전북도 실낱 같은 희망 남아있어

대구는 3위 서울과 승점 1점 차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불투이스가 동점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이 드라마, 마지막 화까지 결말을 알 수가 없다. 단 한 경기를 남겨둔 2019 K리그1에서 우승트로피의 주인공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울산은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A 37라운드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27분 터진 불투이스의 동점 헤딩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북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울산(23승10무4패ㆍ승점 79점)은 2위 전북(21승13무3패ㆍ76점)에 여전히 승점 3점 앞선 선두를 지켰다.

이로써 올 시즌 K리그1 우승팀의 향방은 마지막 38라운드에서 갈리게 됐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울산이다. 울산은 마지막 포항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전북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승점 차를 4점으로 벌리며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눈앞에 둔 셈이다. 반면 전북은 강원을 상대로 무조건 승리한 뒤, 울산이 포항에 패하길 바라야 한다.

‘사실상의 결승전’답게 양팀은 최상의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울산은 최전방에 주니오가 나섰고 김보경과 김인성, 이상헌이 2선을 구성했다. 반면 전북은 ‘에이스’ 문선민이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테랑’ 이동국과 로페즈, 이승기와 손준호가 공격진을 구성했고, 벤투호의 두 주전 풀백 김진수와 이용이 든든히 측면을 지켰다.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김진수가 골을 넣고 로페즈와 환호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양팀은 중요한 경기답게 전반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했다. 먼저 주도권을 쥔 쪽은 전북이었다. 특히 전북의 ‘최고참’ 이동국의 발끝이 날카로웠다. 이동국은 전반 10분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 경기 첫 슈팅을 기록했다. 바로 2분 뒤에는 골대에 맞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동국은 페널티박스 바깥 오른쪽에서 왼발로 공을 제대로 감아 찼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골 라인 밖으로 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동국은 2선으로 쉴새 없이 내려와 동료들 패스를 뿌려주는 찬스메이커 역할까지 했다. 전반 19분에는 중앙으로 침투하던 로페즈에게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로페즈가 수비수 3명을 제치며 오른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24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터닝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빗겨 나갔다. 울산은 발 빠른 김인성을 활용해 몇 차례 역습에 나섰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는 못했다.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전북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0-0의 균형이 깨졌다. 후반 5분 김진수가 페널티박스 바깥 왼쪽에서 로페즈에게 넘겨 받은 볼을 그대로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이 골문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멋진 골이었다.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를 앞두고 전북 모라이스 감독과 울산 김도훈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바빠진 쪽은 울산이었다. 이대로 패하면 남은 포항전에서 승리해도 자력 우승은 불가능해진 상황. 후반 8분 이상헌이 부상으로 나오자, 스피드가 좋은 황일수를 투입했다. 후반 23분에는 공격수 주민규까지 투입했다.

반드시 골이 필요한 울산이 주도군을 잡고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27분 동점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중앙 수비수 불투이스였다. 불투이스는 이명재가 오른쪽 측면에서 재차 올린 공을 바운드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1-1을 만들었다. 송범근 골키퍼도 손쓸 새 없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체력이 떨어진 양팀은 공방전을 벌였지만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선 4위 대구(승점 54점)가 강원을 4-2로 이기고, 3위 서울(승점 55점)이 포항에 0-3으로 패하면서 양팀의 승점 차는 1점이 됐다. 결국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의 주인공 또한 다음달 1일 대구와 서울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결정되게 됐다. 서울은 무승부 이상만 거둬도 3위를 확정 짓지만, 원정 경기인 점이 부담스럽다. 반면 대구는 DGB대구은행파크의 홈팬들 앞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울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