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없는 보스 리뷰/사진=영화 얼굴없는 보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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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시대의 역행이다. 구시대적 건달 세계에 대한 남자들의 화려한 동경과 낭만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조폭 미화가 아니"라는 '얼굴없는 보스'. 영 촌스럽고 고루하기 짝이 없다.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제작 좋은하늘)는 멋진 남자로 폼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보스가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은 상곤과 그의 부하들. 이들은 지방대 체대생 출신이며 선배의 권유로 조폭 세계에 입문했다. 믿었던 선배가 조직을 배신해 그를 물러나게 하고 마침내 보스 자리까지 오르지만 '선배 제낀 후배'라는 오명으로 비아냥을 듣는다. 이를 참지 못한 상곤의 후배가 다른 조직을 무참히 난도질했고, 이로 인해 상곤 무리들은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한다. 복역한 상곤은 자신을 오롯이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조직 세계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얽히고설킨 배신 속 가족과 동생들까지 점점 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참으로 단선적이며 비현실적인 스토리다. 기본적으로 내러티브 영화는 현실 세계를 재생산하고 인과관계를 동력으로 삼아 관객이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하게 만든다. 하지만 '얼굴없는 보스' 속 인물들은 모두 일차원적이며 이들의 행위에는 당위성이 충분치 않다.
우선 상곤 캐릭터만 봐도 그렇다. 집안도 좋고, 복싱을 전공한 체대생이 그저 건달 선배의 권유로 제 밑에 딸린 후배들을 데리고 조폭이 된다. 그리고 내내 '의리'를 강조하며 스스로 제 삶을 망친다. 제가 감옥에 갈 때도, 위기에 처해도 융통성없이 시종일관 고리타분한 의리 타령이니 도무지 몰입하기가 어렵다.
그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목적도 당위도 없이 '의리'를 동력삼아 움직인다. 상곤의 여자친구 캐릭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학 때부터 만난 상곤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 어떤 상황에 놓이든 '사랑'하니까 감수한다. 이처럼 모든 인물이 심각하게 단순하다. 그러니 오직 '사랑'과 '의리'에 박제화된 인물들에게서 매력이 느껴질리 만무하다.
총체적난국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의 미장센이나 기술적 구현은 다 차치하더라도 이토록 구시대의 낭만과 속된 말로 '올드한 감성팔이'만 주구장창 해대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내내 비현실적인 상곤 무리들의 행위를 그리다가 종국엔 비참한 말로를 안겼다고 해서, 그리고 상곤이 불량 학생들을 상대하며 훈계하는 신을 넣었다고 해서 청소년 선도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조폭 미화 영화가 아니"라는 감독의 변이 무색할 만큼 조폭들의 의리와 정이라는 비현실적이고 고루한 테마로 흘러가는 '얼굴없는 보스'다. 요즘처럼 다양하고 세련된 콘텐츠와 감각적이고 신선한 화법의 스토리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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