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20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
[하노이=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베트남이라고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베트남에서 축구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박항서 감독의 당부다.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축구대표팀은 현재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1위(승점 11)를 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2위·승점 9), 태국(3위·승점 8)이 뒤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박항서호는 내년 3월 가질 말레이시아전에서 승리한다면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성공 신화를 계속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동남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그리고 올 초 아시안컵 8강까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덕분에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민적인 영웅으로 평가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박 감독의 성공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축구대표팀 코치로 2002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비롯한 업적을 쌓기도 한 그는 끝 없는 추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가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까지 머물던 팀은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의 창원시청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위상에 박 감독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하는 청탁 등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축구를 하니깐 엄청난 지원을 해주는 분이 많다. 내 철칙은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선 절대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베트남축구협회와 연결시켜주는 것 뿐이지 다른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지도자에 관해서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박 감독은 “한국 지도자가 여기에 올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여기 임금이 그렇게 높지 않다. 많은 분이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깊이 관여할 수도 없다. 나는 대표팀만 관리하고 있다. 혹시 요청을 한다면 난 관여하지 않지만 ‘잘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안 하면 안 되냐’고까지 말한다. 잘못되서 문제 생기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여기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말하면 ‘그것 밖에 안 돼?’라며 소개시켜달라는 말이 쏙 들어간다. 프로팀이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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