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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만화와 웹툰

더욱 더 만화스럽게, 웹툰 원작 드라마 달라진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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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설정, 독특한 세계관에

시청률 낮아도 화제성 높아

‘병맛 코드’도 열혈 팬 불러 모아

중앙일보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 순정만화에서 살고 있는 하루(로운)와 은단오(김혜윤). 작가가 정해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펼친다.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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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대 4.1%. 21일 종영을 앞둔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과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어하루’)의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이다. 방영 시간대는 각각 오후 10시와 9시로 다르지만 같은 수목드라마로서 5배 넘게 시청률이 차이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체감 인기도 그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을까.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 결과는 두 드라마가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다. 출연자 화제성 역시 10위권 내에 각각 3명씩 포진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비등비등한 선두그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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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남자 주인공 전녹두(장동윤)와 예비 기생 동동주(김소현).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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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화제성에서 이들을 바짝 쫓는 것은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녹두전’). 역시 최고 시청률은 8.3%로 동시간대 1위는 아니지만 남부럽지 않은 화제성을 자랑한다. tvN 금요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천리마마트’)까지 가세해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화제성을 평정한 셈이다. 임상춘 작가의 ‘동백꽃’처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은 없지만 기상천외한 세계관과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 시청자라기보다는 그 세계의 팬이 되어 열혈 전도사를 자청하는 것이다.

무류 작가의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원작으로 한 ‘어하루’는 진입장벽이 특히 높은 편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사실은 순정만화 속이라는 것을 깨달은 여고생 은단오(김혜윤)가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로 살던 하루(로운)와 10년간 짝사랑해온 백경(이재욱)을 비롯한 주변 인물을 각성시켜 자아를 되찾게 하고 정해진 운명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학습해야 할 내용이 수두룩하다. 극 중 만화 비밀이 전개되는 ‘스테이지’와 책 속에 잡히지 않는 공간인 ‘섀도’ 등 여러 세계가 교차 편집되니 중간에 새로운 시청자층이 유입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이런 진입장벽이 팬들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굿데이터의 박명진 연구원은 “웹툰 드라마의 경우 이미 원작 팬이 존재하기 때문에 방영 전부터 화제성이 높은 편이다. 초반 화제성이 원작과 캐스팅된 배우의 싱크로율 등에 좌우된다면 이후에는 자발적 입소문이 중요한데 ‘어하루’는 주요 장면을 모은 영상이나 세계관을 설명하는 ‘영업’ 글이 특히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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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정복동 사장(김병철). 인면조 등 분장술에 능하다.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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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진도 과감한 실험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과거 ‘미생’(2014)이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정통 드라마 문법을 강화해 성공 사례를 써 내려 갔다면, 이제는 ‘웹툰다움’을 숨기지 않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엑스트라가 주인공이 된 ‘어하루’나 가상의 원주민 빠야족이 활약하는 ‘천리마마트’ 등 웹툰의 상상력을 TV로 옮겨와 보다 다양한 주체의 이야기가 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0~2013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며 누적 조회 수11억 뷰를 기록한 김규삼 작가 원작의 ‘천리마마트’의 경우 DM그룹의 유배지 격인 마트의 존폐를 놓고 펼치는 정복동 사장(김병철)과 문석구 점장(이동휘)의 소동극이 이야기의 큰 축이지만 빠야족의 군무가 돋보이는 ‘발리우드 스타일’의 연출도 서슴지 않는다.

각색을 맡은 김솔지 작가는 “웹툰 게재와 방영 사이에 몇 년간의 시차가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타자 감수성 등 현시점에도 충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며 “이것이 대놓고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은연중에 전달될 수 있도록 원작의 유머 코드를 살리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해바라기부터 인면조까지 다채로운 김병철의 분장이나 최고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물구나무를 서서 절하는 이동휘의 ‘그랜절’ 등 매회 새로운 명장면이 탄생하면서 “주 1회 방영이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원작이 지닌 만화적 상상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동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혜진양 작가 원작의 ‘녹두전’은 과부촌에 여장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과 예비 기생 동동주(김소현)의 로맨스에 집중하면서 초반 탄력을 얻었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광해군 등 궁중 암투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시청층이 분산되는 악효과가 난 케이스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의 지원을 받은 첫 작품인 만큼 젊은층 잡기에 공을 들였지만 중장년층을 어우르기 위한 포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셈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웹툰 이용자들은 ‘병맛’ 코드 등에 익숙할뿐더러 웹드라마 등을 통해 다양한 형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열려 있지만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넷플릭스·왓챠플레이 등 OTT 플랫폼이 다변화된 시대에 수용자들은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플랫폼과 콘텐트 특성에 걸맞은 변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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