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라 양쪽에서 오해 받기도
새 시즌 개성 맘껏 펼칠 수 있기를
크리스티나 김.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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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교포 골퍼 크리스티나 김(35) 뉴스가 나왔다.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다.
먼저 나쁜 뉴스. 그가 이달 초 열린 LPGA 투어 Q 시리즈에서 규칙 위반 선수 두 명을 신고했는데, 이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에서 뭇매를 맞았다는 거다.
10년 전쯤 LPGA라는 무대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눈에 확 띄었다. 프로암 파티에 가면 주로 홀 중앙에, 최고 스타 미셸 위 근처에 그가 있었다. 프로암에서 가장 활발하게 손님들을 맞는 선수는 크리스티나 김이었다. 누군가 우승하면 샴페인을 들고 그린으로 자주 나오는 선수도 그였다.
그의 베레모와 양 갈래머리는 지금도 독특해 보인다. 다른 선수의 두 배쯤 되는 여행 가방을 가지고 다녔는데, 여분의 트렁크는 드레스와 구두로 채워져 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운동선수들의 건강한 누드 사진을 싣는 ESPN 매거진의 ‘바디 이슈’ 모델도 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소셜미디어에서 존재감이 컸다. 트위터 팔로워가 6만5000명이다. 자신을 프로골퍼 겸 작가라고 소개했고, 10년간 5만개 가까이 트윗을 날렸다. 하루 평균 13개가 넘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외로움을 해결해주지 못한 것 같다. 성적이 나빴던 2015년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로 돌진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미국 잡지에 고백했다. 바다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트윗도 썼다.
교포는 경계인이다. 양쪽에 다 속한 것 같지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LPGA 투어의 교포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선후배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교포 선수들이 이중적이라고 여겼다. 양쪽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교포 측 선봉에 선 선수가 크리스티나 김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 『김초롱의 스윙』에 한국 선수들을 서너 명씩 몰려다니는 ‘봅슬레이팀’이라고 표현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 여성 잡지에 섹시한 남자로 미국 쇼트트랙 선수 안톤 오노를 꼽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에서 김동성과 할리우드 액션 논란을 일으킨 선수다.
그래서인지 한국 팬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 미디어와도 충돌했다. 명예훼손 소송도 벌였다. 그는 “한국 언론은 모든 교포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을 쓰기 좋아한다”고 책에 썼다.
미국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선수 출신 해설자인 도티 페퍼는 솔하임컵 경기 후 “크리스티나 김이 갤러리를 사랑하고 과장된 행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경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NFL이었다면 18차례는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누드 사진을 찍은 LPGA 선수는 3명이었지만, 대표로 비난받은 선수는 그였다. 크리스티나 김이 선택된 명분은 ‘선수회 이사’라서였지만, 그의 배경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 Q 시리즈에서 크리스티나 김이 신고한 선수는 명백하게 규칙을 위반했다. 그러나 “다 그러는데, 나만 걸렸다”는 위반자 트윗을 보고 사람들이 크리스티나 김을 공격했다. 호불호가 작용한 듯하다.
정당한 신고와 궤변같은 변명이었는데 미국에서 크리스티나 김을 옹호한 언론인이 별로 없어 의아했다. 그는 여전히 경계인으로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듯하다.
다음은 좋은 뉴스다. 크리스티나 김이 Q 시리즈에서 내년 투어 자격을 땄다는 소식이다. 기자는 그의 개성을 존중한다. 화려한 옷을 입는 게, 누드를 찍는 게 무슨 잘못인가. 브룩스 켑카도 서리나 윌리엄스도 바디 이슈에 나갔다.
그는 유행가 가사처럼 소설 같은 얘기를 뿌리며 살았다. 내년에 성적을 잘 내서 눈에 확 띄는 그의 개성을 LPGA에서 다시 드러내면 좋겠다. 한국과도 화해했으면 한다. 참고로 기자는 한국 언론이 교포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길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은 10년 전 보다 훨씬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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