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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야구는 선동열』, 선 감독이 딸에게 보내는 ‘결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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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날까 봐 결혼식장에서 딸과 서로 눈빛을 맞추지 않기로 했어요.”

천하의 선동열(56)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도 영락없이 딸바보다. 애면글면 키워온 딸(민정)이 10월 27일 부모의 품을 떠나 한 가정을 꾸리게 된 마당에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을 전달할 수단을 찾다가 ‘자신의 야구 인생’을 정리한 책을 선물하게 됐다.

선동열 전 감독은 10월 22일 자서전 같은 에세이집 『야구는 선동열』(민음인 발행)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딸을 여의는 아버지의 심정을 그렇게 표현했다. 이를테면, 『야구는 선동열』은 ‘아버지 선동열이 딸에게 바치는 헌사(獻辭)’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딸 결혼에 맞춰서, 딸을 위해 내놓은 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딸의 혼인 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에게 자신의 서명이 담긴 『야구는 선동열』을 한 권씩 선물하기로 했다. 그 무엇보다 뜻깊은 선물이다. 400쪽에 가까운 두툼한 이 책의 끝부분(388쪽)에는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가 실려 있다.

사랑하는 민정아/ 아빠가 네게 처음 쓰는 편지다./ 새삼 아빠의 무심함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중략)/ 오빠와 마찬가지로 나는 너에 대한 아빠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평범한 이웃의 아빠들처럼 함께 놀이공원을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치킨집에 가지도 않았다./(……) 아빠가 늘 함께하고, 너를 위해 희생했어야 했는데, 아빠는 크고 작은 너의 희생을 무시하거나 딛고 살았으니(하략)

물론 이 책이 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힘든 세월을 살며 좌절하고 극복해나가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인생의 조언(助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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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은 야구를 ‘밀물과 썰물’로 비유했다. 단순하게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그렇게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지만 밀물과 썰물이 내포한 세상살이의 부침이 그 속뜻에 들어있다.

『야구는 선동열』은 ‘국보투수’ 선동열의 야구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성과를 일궈냈던 그의 야구 인생의 성공담이 아니라 해태 타이거즈와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를 거친 선수 생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그리고 국가대표 전임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겪은 좌절과 극복에 대한 담담한 ‘진술서’이다.

한국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선동열이 그라운드에서 멀어져 지낸 지난 1년 동안, 거침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한 기록들을 낱낱이 새겨놓은 책이 『야구는 선동열』이다.

“나는 과분하게 국보 투수라는 호칭으로 종종 불리곤 했다. 늘 선후배들에게 미안했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혼자 있으면 슬그머니 그 칭호를 어디 한구석에 가둬 놓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나는 국보가 아니다’라는 진솔한 고백에서 출발, 지도자로서 겪었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일본 진출 첫해에 겪은 처절한 실패와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여 마침내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기까지,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갔던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이 군사독재 정권 아래 무너졌던 과정, 야구를 하도록 이끌어 주었지만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형에 대한 추억들을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전임감독으로서 국정감사에 섰던 일은 물론, 현재 한국 야구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도 담겨 있다. 선동열의 가치관과 삶의 궤적을 마치 직구로 승부하듯 힘차게 빠른 속도로 적어 내린 이 책은 인생의 축도인 야구판의 경영지침서로 읽어도 좋겠다.

선동열은 국정감사에 나갔던 일을 두고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술회했다. 논란이 일었지만, 피땀으로 이루었던 성과조차 깡그리 부정하는 한 정치인의 독설에 심한 모욕감으로 주체하기 어려웠던 심정도 털어놓았다. 그는 그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대해 둔감했고, 문제의식 없는 관행’이었다고 자책했다.

『야구는 선동열』은 이 시대의 위대한 한 야구인의 ‘참회록’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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