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대한축구협회 |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한국 축구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평양 원정의 후폭풍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원정경기를 치렀다. 벤투호는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14일 평양에 도착했고, 2박3일 일정으로 북한에 머물다 16일 베이징을 통해 귀국했다.
준비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평양 원정은 선수단 귀국 이후 여러 문제점들이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북한은 당초 평양 남북대결 개최를 확정하면서 “H조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일방적으로 거부했고, TV중계마저도 불발시켰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A매치를 무관중 경기로 펼치는 기이한 결정까지 내려 세계 축구계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북한이 한국과의 경기를 통해 보여준 일련의 태도는 비정상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에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을 들어 북한축구협회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징계 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AFC에서 북한에 징계를 내릴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월드컵 2차예선의 경우 개최국 축구협회가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를 갖는다. AFC가 중계권을 갖는 최종예선과는 다르다. 북한은 1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면서까지 TV중계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항의를 할 수 있지만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또한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 거부는 ‘홈경기 개최국에서는 경기를 위해 방문하는 팀인원 및 미디어, 응원단 등에 대해 어떠한 차별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는 AFC 경기운영 매뉴얼 (33.2)에 저촉되지만 분단국가라는 남북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한에 중징계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남북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본 지아니 인판티노 FIFA회장도 예상치 못한 무관중 경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축구계의 수장 역시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한 탓인지 징계 등의 해결책을 언급하지 않은 채 평양을 떠났다.
평양 원정 이후 정치권에서도 북한의 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이 비정상적이었던 북한 원정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뚜렷한 해결책이나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한국 축구에 불공정한 대우를 한 북한에 대한 비판이 ‘허공의 메아리’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정상적이지 않았던 평양 원정은 과거의 일이 됐다. 결국 이제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축구계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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