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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인터뷰] ‘멜로가 체질’ 한지은 “체감 시청률은 30%, 위로 받았단 반응에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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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에서 여덟 살 아들을 혼자 키우는 워킹맘 ‘황한주’를 연기한 한지은. 제공ㅣHB 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배우 한지은(29)은 ‘멜로가 체질’ 마지막 촬영 날 눈물을 쏟았다. 그에겐 애인 같던 드라마,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졌으니 눈물이 나는 건 당연했을까.

데뷔 9년 만의 첫 주연작, 꿈만 같던 캐스팅, 그리고 평소 팬이었던 이병헌 감독을 비롯한 배우 천우희, 전여빈과의 작업. ‘멜로가 체질’이 그에게 선물한 것은 배우로서 ‘성장’ 그 이상이었다.

한지은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여덟 살 아들을 혼자 키우는 워킹맘 ‘황한주’를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그려냈다. 또, 천우희 전여빈과 함께 작품의 중심을 잡으며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 고민을 보여주며 공감을 끌어냈다.

‘멜로가 체질’은 올해 초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시청률은 1%대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굉장히 뜨겁고 섹시한 1%”라고 표현할 만큼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제 체감 시청률은 30%였다. 시즌2가 제작되길 희망한다”는 한지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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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은 극중 천우희, 전여빈과 함께 작품의 중심을 잡으며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 고민들을 보여줬다.제공ㅣHB 엔터테인먼트


Q. 드라마 끝내고 어떻게 보냈나

9월 1일 모든 촬영을 끝내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본방사수를 했다. 그리고 많이 쉬었다. 잠도 많이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촬영 기간엔 많이 참았으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Q. 오디션을 통해 ‘멜로가 체질’에 합류했는데

너무 하고 싶었다. 이병헌 감독님 전작들을 보면 호흡이나 색깔들이 분명한데, 그걸 상상하면서 시놉시스를 봤다. 너무 하고 싶은 거다. 내 또래 친구들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갔다. 또, ‘한주’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천우희, 전여빈 씨는 평소 너무 좋아하던 배우였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것도 친구로 같이 한다는 게 너무 기뻤다.

Q. 아이를 혼자 키우는 이혼녀이자 워킹맘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을 듯 하다. ‘황한주’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쉽지 않은 캐릭터라 생각했다. 순수하고 여리고 착한 것은 맞지만 엉뚱한 면도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생활력과 책임감이 큰 친구이기도 하다. 자기에 대한 힘듦이나 어려움을 남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쉽지 않은 한 끗 차이인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 ‘워킹맘’, 엄마라는 무게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보니 여러가지 것들을 찾아보고 연구했다. 실제로 워킹맘을 수소문해 만나 여러 에피소드를 들었고, 대본도 보여드리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간접적으로 느꼈다. 제가 차마 생각하지 못한 감정선이 있더라. 제 스스로 ‘인국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만날 때마다 마치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움이 됐다.

Q. ‘멜로가 체질’로 본격 얼굴을 알렸다

이번 드라마는 사랑 받았다는 느낌에서 끝난 게 아니라 정말 보람됐다. 연기에 대해서는 ‘사랑스럽다’는 반응이 많아 뿌듯했다. 연기에 대한 칭찬도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더 컸던 것은 캐릭터를 온전하게 잘 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단 거다. ‘한주’를 통해 위로를 받고 많이 배웠다는 분들도 계셨다. 제작 쪽에서 일을 하신 분이 저에게 DM을 보내주셨는데, 비슷한 직업 쪽에 계신 분들이 공감과 위로가 됐다고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연기로 칭찬받고 뿌듯함은 느껴봤는데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Q.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은

‘이병헌 천재’, 이런 댓글들이 정말 많다. 옆에서 작업해 본 결과 ‘감독님 천재인가’ 이런 생각이 든 적이 많다. 대본을 1부씩 받아보는데, 다음 걸 상상하고 잔뜩 궁금해 하고 있으면 항상 예측이 빗나간다. A를 생각하면 B 아니면 C였다. 근데, 신기한 건 설명을 길게 안 해주셔도 설득이 된다. 감독님만의 확실한 생각 포인트와 그림이 있더라. 그게 너무 멋있단 생각이 든다. 코믹한 요소들마저 영상으로 보지만 저게 그냥 웃긴 얘기가 아니었구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다 의미가 있구나 싶었다. 버릴 대사가 하나 없다.

Q. 천우희, 전여빈은 기대 그대로였나

예상과 너무 달랐다. 그동안 작품으로만 접했을 땐 무겁고 진지하고, 아무래도 극단적인 캐릭터 주로 연기했으니 내심 다가가기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생각이 깊고 섬세하다. 너무 배려심이 많고 너무 재미있다. 천우희 씨는 되게 밝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상상이 안될 정도로 밝고 여리다. 그런데 단단하기도 하다. 리더 역할을 많이 해주는 친구였다. 상상 이상이었고 고마웠다.

전여빈 씨는 이미지가 시크할 거 같지만 되게 깊다. 동생인데도 진솔하고 진중하고 그런 친구이다. 엉뚱발랄하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선 의외였다. ‘우리는 완벽한 정삼각형이야’란 말을 하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연기하는 게 아니라 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컷을 하고도 계속 수다가 이어졌다. 색깔은 다 다르지만, 모자라면 서로 채워지고 조화가 잘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이 잘 맞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3~4시간을 수다 떨며 마음을 빨리 열었다.

Q. 주로 어떤 수다?

고민거리다. 서로 응원도 많이 해주고 공감도 해주고. 나이 때가 비슷해서 고민하는 지점들이 비슷하더라. 공연 얘기도 많이 하고 잡다한 얘기들을 했다.

Q.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안 그래도 ‘시즌2 해주세요’ 하고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누구 한명 할 것 없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다. 같이 입을 모아 ‘우리 시즌2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는데, 감독님은 그냥 웃으신다.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고. 응원을 많이 받으면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Q. ‘멜로가 체질’을 인생 '띵작'이라 표현했다

저 역시 이 드라마의 애청자였다.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도 이 드라마는 너무 힐링되더라. 대사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웃기고, 공감가는 것들이 많았다. 제겐 ‘띵작’이다. 많이 안 본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아쉽기도 했다. ‘아니 왜?’ ‘한 번만 보면 마음이 달라질텐데’ 하면서 말이다. 제 체감 시청률은 30%였다.(웃음) 앞으로 살면서 집에서 꺼내보고 싶은 드라마다.

Q. 직접 체감한 인기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저를 알아봐주셨다. 어떤 여자 분이 용기내서 다가와 ‘혹시 한지은씨 아니세요?’ 하더니 젤리를 손에 쥐어주고 가더라. 한 번은 카페에 케이크를 사러 갔는데 ‘너무 잘 보고 있다’며 ‘오빠오빠오빠’ 하면서 성대모사도 해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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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은 “제 체감 시청률은 30%였다”며 “시즌2가 제작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공ㅣHB 엔터테인먼트


Q. 공명과 이뤄지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나

저도 당했다.(웃음) 15부에 한주가 친구들한테 ‘나 만나는 남자가 있어’ 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재훈이가 뭔가 의미심장 미소를 지으면서 잠든다.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반전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니까 그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의 선택이 맞았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게 깊이 가져가기엔 서로가 지켜야 할 선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

Q. 작품에선 불발됐지만, 현실에선 사랑(래퍼 한해와 공개 연인)을 하고 있다

군대에 있어 제약적인 부분이 있지만 서로 배려하고 예쁘게 만나고 있다. 그 친구는 저에게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게 많다. 진심으로 멋있는 작품에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멋있단 얘길 많이 했다.

Q. ‘황한주’가 아닌, 한지은은 어떤 사람인가

생각보다 심심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굉장히 평범하다. 쉴 때는 집에서 영화보고 책도 보고,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할 때도 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생각들이 저에 대한 가치관이 되기도 하고. 밖에서 생활했던 경험들이나 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꺼내보면서 생각해보는 것들을 되게 좋아한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만나서 밥 먹으며 수다 떨기도 하고 끄적끄적 해놓는 거 좋아한다. 써놓은 공책들이 많다. 제가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에세이 발간) 진지하게 꿈꾸고 있다.

Q. 오랜 무명을 탈출했다. 앞으로 행보는

너무 급하지 않게 가고 싶단 생각이 한편으론 있다. 그러나 쉬고 싶지는 않다.(웃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 이렇게 즐거움을 받고 있을 때 쉬지 않고 잘 가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급하지 않게 잘 소화할 수 있을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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