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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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벤투호의 평양 원정은 '사실상 감금'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민재, 박지수, 김신욱, 백승호, 권창훈, 이재익, 정우영, 남태희, 이강인 등이 베이징에서 소속팀으로 이동한 가운데, 주장 손흥민과 다른 선수들은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은 지난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목표로 했던 승점 3점을 수확하진 못했지만, 2승1무(승점 7, +10)를 기록하며 조 선두를 지켰다.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이뤄낸 결과이기에 의미가 있다. 벤투호는 평양으로 가기 전은 물론, 평양에 도착한 이후에도 북한의 무성의와 냉대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승점 1점을 따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평양에서의 고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에 아무런 배려를 하지 않았다. 취재진과 응원단이 동행하지 못했고, 방송 중계 역시 무산됐다. 평양으로 이동할 때도 우리가 원했던 서해직항로 또는 육로가 아니라, 베이징을 경유해 이틀에 걸쳐 들어가야 했다.
평양에 도착한 뒤에도 역경은 이어졌다. 대표팀이 만약을 위해 챙겨갔던 고기, 해산물 등 식자재 3박스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했다. 인터넷 사용에도 제재를 가해, 한국과 연락을 취하는 것도 힘들었다.
선수들의 동선은 공항과 경기장, 호텔로만 제한됐다. 최영일 단장은 또 "호텔 문앞을 못나가게 하고 외부인도 못 들어오게 했다. 호텔 안에는 거의 선수단만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호텔에 감금된 채 생활한 셈이다. 최 단장은 또 "(북한 직원들에게) 말을 시켜도 눈을 마주친 적이 없고,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했다"고 평양에서의 싸늘한 분위기를 전했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은 이를 충전의 기회로 잡았다. 충분한 수면과 동료들과의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다만 신경이 쓰였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손흥민은 "통제된다는 느낌보다는 예민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도 조심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큰 사고 없이 평양 원정이 마무리 됐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기에는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만약 우리나라와 북한이 함께 최종예선에 진출할 경우, 조 편성에 따라 한 번 더 평양 원정에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같은 일이 재현될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다시는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별대우는 바라지 않더라도,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는 받아야 한다. 북한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평양 원정에 동행한 임직원들로부터 이야기를 청취한 뒤,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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