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사랑' 과시하며 도약 선도한 김정은…국제관행 무시로 고립 자처
다음달 평양서 월드컵 남북 예선(CG) |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 축구의 발전을 추구해온 김정은 정권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 예선 남북한 경기를 앞두고 국제적인 관행을 외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은 오는 15일 평양에서 조별 예선 남북대결을 펼치지만, 북한은 방문국팀의 응원단 배정 등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축구계에 따르면 월드컵 예선전 같은 국가대표팀 A매치 원정 경기의 경우 원정팀에 적어도 1천200∼300명의 응원단을 배정하고 있으며, 그중 1천명은 입장권 구매를 통한 유료 응원단이고 나머지는 초청 성격으로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정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2일 오후 현재 북한은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치러지는 남북한 국가대표팀의 경기여서 국내 축구 팬의 관심이 크지만, 이와 관련한 북한 입장은 깜깜이인 상황이다.
29년만에 열리는 남자축구 평양 매치 (CG) |
북한축구협회는 응원단뿐 아니라 대표팀의 방북 일정 등도 AFC에 국제적인 관례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통보는 없어 대한축구협회가 속앓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는 최근 악화한 남북관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북한의 이런 모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포츠를 통해 국가적 위상을 제고하고 특히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편입하기 위해 노력한 그동안의 행적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축구사랑'은 유별난데 집권 직후인 2013년에는 네 차례나 김일성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전했고, 2014년 8월에는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앞둔 여자축구대표팀의 연습경기도 지켜봤다.
北 김정은 위원장 남자 축구 경기 관람 |
또 다수의 유망주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축구 아카데미로 유학을 보냈고 2013년엔 평양 시내에 국제축구학교를 열어 세계적 수준의 선수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외국 축구단에 북한 선수를 보내기도 하고 외국인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도 취했다.
'북한의 호날두'로 불리는 대표팀 스트라이커 한광성은 2017년 3월 이탈리아 세리에 A 칼리아리에 입단했고, 그해 8월 세리에 B(2부리그) 페루자로 임대됐다가 올해 8월 이탈리아 명문 축구클럽인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북한 기대주 한광성 |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에른 안데르센 감독은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북한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지냈다.
이탈리아 안토니오 라치 상원의원은 2017년 9월 영국 매체 더 선지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한 자신과 개인적 대화에서 "맨유를 매우 좋아한다"며 월드컵 등 메이저 대화는 빼놓지 않고 본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라치 의원에게 "한광성은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선수 중 단지 처음일 뿐이고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짝 필 것"이며 "프리미어리그도 곧 북의 재능있는 선수들로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벤투스, 북한 출신 공격수 한광성 영입 |
그런가 하면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후원을 받아 조선중앙TV에서 월드컵 예선과 본 경기를 대부분 신속히 방영하고 북한 대표팀이 진 경기까지 과감히 내보내는 등 축구에 유달리 열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기구와 협력하며 축구의 세계적 도약을 꿈꾸는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월드컵 예선 남북한전을 준비하면서 국제적 관행을 무시하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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