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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쿠키뉴스 '옐로카드'

[옐로카드] ‘25년 만의 1승’ 선수들도, 협회도 아직은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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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의 1승’ 선수들도, 협회도 아직은 갈 길 멀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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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25년 만에 극적인 1승을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지난 8일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국제농구' 코트디부아르와의 순위결정전에서 80-71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승리이자 월드컵 무대에서 25년 만에 거둔 1승이다.

1994년 캐나다 대회에서 순위결정전에서 이집트에게 승리를 거둔 뒤 25년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1998년 그리스 대회에서 전패를 기록한 농구대표팀은 16년 만에 출전한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도 5전 전패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3연패를 당했다. 순위 결정전 1차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분전했으나 막판 열세를 뒤집지 못하고 73-77로 패배했다.

약체인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4쿼터에 접전을 펼친 대표팀은 끝내 1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농구계에 많은 숙제를 남긴 대회였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조별예선에서 모두 두 자릿수 차 패배를 당했다.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69-95로 26점차 대패를 당했다. 이어진 러시아전에서는 3쿼터에 급격히 무너지며 73-87로 졌다. 1승 상대로 지목된 나이지리아에겐 2쿼터에만 32점을 내주며 66-108, 42점차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농구는 신체적인 특성이 부각되는 스포츠다. 종목 특성상 신체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열세는 예상됐다. 하지만 신체적 한계 뿐만 아니라 기술 문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1대1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제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선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기껏해야 김선형과 이대성 뿐이었다. 농구 대표팀에 귀화한 라건아가 상대 골밑에서 분전했으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선수들은 슛을 시도할 때마다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페이크를 시도하는 경향이 잦았다. 상대의 높은 신장에 주저하며 슈팅 기회를 놓쳤고, 공격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줬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38.2%의 저조한 슛 성공률을 남겼다. 참가한 32개국 중 29위에 그치는 성적이다. 슛이 중요시 되는 현대 농구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신체와 기술이 부족한 마당에 슈팅 난조까지 겹치면서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조현일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경기 중계 당시 'KBL에서는 슛 속임 동작이 통할 수 있어도 세계무대에서는 곧바로 잡힐 수 있다. 과감하게 슛을 던질 필요가 있다'며 선수들의 주저하는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선수들의 부족한 경기력도 문제지만 협회의 무능함도 여실히 드러났다.

협회는 7월 말에 미리 명단을 확정지었다. 조직력 강화를 목적과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일찌감치 선수단을 꾸렸다. 월드컵에 참가한 타 국가들은 대회 개최 직전인 8월말에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KBL 팀들과의 연습 경기부터 시작해 월드컵까지 12명의 선수로만 경기에 돌입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몸은 엉망진창이 됐다. 4개국 초청 대회와 월드컵 대회까지 16일 동안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이 났다.

결국 대회에서 선수들은 대회 내내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김종규와 이대성은 순위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정현은 중국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마지막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8명의 선수들만 경기에 나섰다. 빠른 명단 확정은 실패로 돌아갔다.

협회의 소극적인 투자도 문제였다.

일본은 루이 하치무라(워싱턴 위자드), 와타나베 유타(멤피스 그리즐리스) 등 이제껏 육성해온 선수들을 대회에 참가시켰다. 또 대회에 나선 일본 대표 일부 선수들은 NBA 서머리그에 참가해 경험을 쌓았고, 여러번 친선 경기를 펼치며 대회에 준비했다.개최국인 중국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NBA 서머리그에 초청팀으로 참가하는 등 20번이 넘는 경기를 치르며 세계 농구와 부딪혔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제대로 된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

농구대표팀은 4개국 초청대회를 열어 조별 예선 대비 평가전을 치렀으나 이웃국가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음에도 협회의 지원 부족으로 3번의 경기만 치르고 세계무대에 뛰어들었다. 이전 2014년 대회 때 5번의 평가전을 치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월드컵 준비는 협회의 발전은 커녕 퇴보나 다름없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서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양국 농구협회는 실패를 인정하고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중국은 NBA 출신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이 직접 나서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한국농구협회는 잠잠하다. 계속된 실패에도 모르쇠로 일관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먼저 나서 목소리를 내는 기이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 농구대표팀의 고참인 박찬희는 '단기간에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농구의 발전을 위해 모든 농구인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으로 막대한 투자는 바랄 수 없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움직인다지만 현재 농구협회는 지금의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일시적인 지원만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유망주 발굴, 국제무대 경쟁력 향상, 선수단을 위한 투자 등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봉합해야 한다.

눈앞에 있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일시적으로 선수단을 꾸려 호흡을 맞추는 것도 바꿔야 할 문제다. 일본과 중국처럼 상비군 제도 혹은 1,2군을 가려내며 선수단의 경쟁력을 더욱 갖춰야 한다.

감격의 1승으로 농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농구계지만 여기에서 도태되면 안 된다. 박찬희의 말대로 이제는 모든 농구인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선수들, KBL, 농구협회까지 지금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하나씩 해결해가야 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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