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모그, 국민 公敵으로 떠올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최측근으로 '브렉시트 행동대장' 역할을 해온 제이컵 리스모그(50) 하원장관이 반대파와 EU 잔류를 지지하는 영국 국민으로부터 공적으로 떠올랐다. 특히 3일 의회 토론 도중 그가 몇 개 좌석을 차지하며 비스듬히 누워 있는 태도를 보여 "존슨 측의 의회에 대한 오만과 무례, 경멸, 특권 의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위"(안나 털리 의원)라는 야권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리스모그 장관은 이날 EU와 합의도 없이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한창 오가던 중 맨 앞자리에 눕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야당은 격분했다. 녹색당의 캐럴라인 루커스 의원이 "리스모그가 의회를 경멸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듣는 게 지루하냐"고 하고, 다른 의원들도 "일어나 앉아!"라고 외쳤지만 그는 귀찮다는 듯 안경을 고쳐 쓸 뿐이었다. "베개를 가져다줘야 하냐" "일어서는 능력을 잃었냐"는 야유가 쏟아졌다.
리스모그는 지난달 28일 존슨의 '의회 정회' 계획을 비밀리에 수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머무르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나 의회 연설 날짜를 6주 미루는 안에 승인을 받으려 새벽에 영국항공에 몰래 탑승하려다 사람들에게 발각된 인물이다. 올 초에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모두 부결시킨 뒤 보수당 동료와 샴페인 파티를 열기도 했다.
리스모그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은 머리에서 발까지 경사를 만들어 각종 풍자의 대상이 됐다. 그의 사진에 '노딜 브렉시트 공포로 추락하는 영국 경제지표' '유로(혹은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의 그래픽을 얹은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다양하게 올라왔다. 그가 비스듬히 누운 자세에 그래프를 덧붙인 '2년간 쪼그라든 보수당 의석수'〈그림〉 그래픽에선 보수당이 2017년 총선 전엔 과반보다 17석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총선 부진과 의원들의 탈당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해 현재는 연정 파트너인 민주연합당 10석을 더해도 과반에 1석 모자라는 상태(319석)를 보여주고 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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