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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나달 벽에 막혔지만, 재기 위한 소중한 기반 쌓은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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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현(왼쪽)이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3회전에서 패한 뒤 승자인 라파엘 나달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욕=USATODAY연합뉴스


정현(23·한국체대)은 불과 23세의 젊은 선수지만 최근 부상 복귀 뒤 ‘재기’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세계랭킹 10위권까지 약진했던 그가 어느새 170위까지 랭킹이 떨어지는 등 철저히 몰락했기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여러 부상으로 부진했던 정현은 급기야 올해 2월 이후로는 허리부상으로 대회 출전 자체를 못하며 랭킹이 수직하락했다. 결국 한달여전인 7월 말에 겨우 복귀해 ATP투어 아랫급 대회인 챌린저대회 등에 나서며 몸을 만들어왔다. 이어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통해 본격적인 ‘재기무대’에 나섰다.

이런 정현이 세계 테니스의 전설 중 한 명인 라파엘 나달(33·스페인·세계랭킹 2위)에게 패하며 재기무대 도전을 끝냈다. 그는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나달에게 0-3(3-6 4-6 2-6)으로 패했다. 1세트는 초반부에 순조롭게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나갔지만 게임스코어 2-3에서 첫 번째 브레이크를 당하며 끝내 3-6으로 내줬고,2세트도 게임스코어 2-2에서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4-6으로 빼앗겼다. 이어 3세트에서는 두 번이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며 1시간59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이날 정현은 서브 에이스에서는 5-4로 하나 더 많았으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했고 공격 성공 횟수에서 20-28로 뒤졌다. 또 실책에서도 37-26으로 더 많이 기록하는 등 ‘거목’과의 실력 차이를 실감해야 했다. 정현은 나달과 상대 전적에서도 3전 전패가 됐다.

US오픈 도전은 아쉽게 3회 전 만에 끝냈지만 정현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급한 숙제인 세계랭킹 100위권 복귀를 위한 기반을 쌓았다. 테니스는 대회 규모에 따라 일정 랭킹 이상은 예선을 면제받는다. 일반적으로 60위권 이하면 대부분 대회의 예선이 면제되고 100위권 이내에 들어야 메이저대회를 포함한 규모있는 대회의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정현은 100위권 밖으로 랭킹이 벗어나며 이번 US오픈을 예선부터 치러야했다. 내년 1월 있을 호주오픈 본선에 안정적으로 나서려면 그 전에 100위권 복귀를 이뤄내야 한다. 정현은 이 대회 3회전 진출만으로 랭킹 포인트 45점을 따냈다. ATP투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ATP250 대회의 8강 진출과 버금가는 점수로 이로서 세계 랭킹이 170위에서 140위권까지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남은 3개월의 투어대회에서 이번 대회만큼의 활약만 보인다면 100위권 복귀는 무난해보인다.

자신감을 되찾은 것도 큰 소득이다. 나달에게는 완패했지만 2회전에서 한때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5·스페인·34위)에게 놀라운 대역전극을 펼쳐내며 2017년 프랑스오픈(3회전), 2018년 호주오픈(4강)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전에 진출했다. 여기에 예선에서 만난 하위랭커들은 실력차이를 보여주며 가볍게 꺾어 자신이 아직 세계 테니스 메인무대에 나설만한 실력자임을 입증해냈다.

정현도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경기 뒤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부상 없이 경기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래도 공백기 이후 출전한 대회치고는 칭찬할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경기를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브도 전체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면서 향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완벽한 재기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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