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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美국방 "지소미아 파기 실망" 차관보는 대놓고 "연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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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자 "한국, 해리스 대사와의 대화 유출은 아마추어 행동"

일본에도 "매우 실망" 첫 언급… 한·일에 특사 파견 가능성 거론

미국은 한국 외교부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불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한 공개 비판 자제를 요청했지만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국무부 등이 거듭 '실망감'을 표명했다. 한국의 자제 요청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본지에 "한국 정부가 (해리스 대사와의) 대화 내용을 유출한 것은 아마추어적 행동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한·일 양국에 특사 파견도 거론되는 등 워싱턴의 중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각)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한·일 양측을 향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서울과 도쿄의 내 상대에게도 이를 표현했고 해결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며 "한·일 관계가 후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워싱턴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측이 불화를 빚을 때 유일한 승자는 (중국·북한 등) 우리의 경쟁자들"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슈라이버 차관보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히 긴장 고조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 문제가 안보 이슈로 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한·일)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를 통해) 통상적인 무역 관계로 돌아가기를 선호한다"고 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그러면서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의 특사 파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일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며 "우리가 (한·일 간) 불화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특사를 보내든 아니든 간에 유사한 관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역시 이날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파기한 직후인 지난 22일 처음 냈던 논평을 반복한 것으로 한국 외교부의 자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다음 달 4~6일 열리는 '서울안보대화'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로 작년에는 랜들 슈라이버 차관보가 참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에 차관보급 인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일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는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한·미 간 불편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주한 미 대사들은 외교부가 해리스 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과 관련해 "부를 수는 있지만 다소 이례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대사를 부르는 행위는 외교의 일환으로 정상적이며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면서 "그렇다고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가 실수라고 보는 미국의 입장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주한 미 대사가 한국 외교부에 불려간 적은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불려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본지에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엄숙한 의지를 갖고 있는 미국에 미국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한국의 결정을 비난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리석고 오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우려된다는 최근 일련의 보도에 대해 해명 자료를 내고 "한·미 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일부 견해는 억측이며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번 지소미아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한 관계로 만드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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