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성폭력 및 횡령 의혹’ 정종선 감독 직무정지 결정

정종선 한국고등축구연맹 회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학부모 성폭력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된 정종선 한국고등축구연맹 회장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직무정지는 최종 징계 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다.

축구협회는 12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공정위원회를 열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 정종선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정종선 회장은 언남고 축구부 감독과 연맹 회장으로서의 직무가 즉시 정지되며, 피해자들에 대한 일체의 직간접적인 접촉 및 시도 행위가 금지된다. 축구협회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예정으로, 당사자 진술과 경찰 조사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최종 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고등연맹회장으로서 언남고를 포함한 고등학교들에 대한 지휘 및 감독 권한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성희롱ㆍ성폭력의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 제11조에 따르면 성희롱ㆍ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가 있기 전이라도 성희롱ㆍ성폭력 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거나, 성희롱ㆍ성폭력 피해자를 행위자로부터 긴급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무정지, 격리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

최근 언남고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정종선 회장은 학부모들로부터 퇴직 대비 적립금, 김장 비용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선수의 미래를 볼모로 학부모에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까지 추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종선 회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축구협회는 지난 9일 실장급 이상이 모이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뒤 12일 비상 소집한 공정위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