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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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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윈뤄 八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7보〉(81~92)=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렇듯 바둑판 위에도 쉬운 길과 험난한 길이 있다. 쉬운 길은 평탄하고 안전하지만 시원한 그늘도, 마실 물 한 방울도 안 보이는 신작로 같은 길이다. 땀 흘리고 넘어져 가며 가파른 산을 넘고, 야생 열매 따 먹으며 계곡을 건너는 험로의 즐거움을 알 리 없다. 반상(盤上)에서도 쉬운 길만 찾아다니다 보면 건너지 못할 늪에 빠져도 헤어나지 못한다. 험로를 마다치 않는 모험 정신이 성장을 담보한다.

백 △로 절단한 장면. 흑이 81 선수 후 83으로 꼬부리자 백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3분 만에 놓인 84가 편한 길을 택한 수. 흑 4점을 잡음으로써 좌하귀 패 맛이 사라지고 귀의 흑돌을 모두 생포했다. 얼핏 모든 시름을 털어낸 것 같다. 그러나 85 한 방이 명치를 맞은 듯 너무 아프다. 검토실은 여기서 참고도의 대안을 제시했다.

1로 좌변의 요소를 장악하고 귀는 패에 맡긴다는 것. 11까지 예상되는데, 이 진행은 흑이 패를 이겨 귀를 잡고 살더라도 광활한 백의 외세를 당하지 못한다(10…6). 89까지 중원이 새카매진 실전과 비교해 보라. 앞서 좌변서 ▲의 헛패감을 쓴 죄로 아직 형세는 뒤져 있지만 흑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이 쉬운 길의 함정에 빠졌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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