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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한현정의 직구리뷰]극장 탈출이 더 시급한 ‘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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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시작이 반이다’의 나쁜 예다. 내실에 욕심을 낸 줄 알았더니 역시나 외피에만 신경 쓴, 흔한 초호화 파티다. 영화의 모든 매력을 초반부에 집대성시킨, 남는 건 오직 윤아‧조정석뿐인 ‘엑시트’다.

영화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 탈출 액션.

일단 전반부는 탁월하다. ‘짠내 콤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는 집안의 막내 아들 용남으로 분한 조정석은 ‘납득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코믹 매력으로, 임윤아는 자꾸만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초호감 에너지로 기대 이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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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제외한 조연들은 대부분 스크린이 아닌 드라마를 통해 자주 만났던 얼굴들로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재기 발랄한 유머와 따뜻한 가족애를 (넘치는 바 없이) 적절하게 활용해 유쾌함 가득한 첫 인상을 준다.

다만 재난 탈출 액션이라는 장르에 맞게 본격적인 위기와 직면하면서 진부해지기 시작, 중반부 이후로 급속도로 불협화음을 선보인다.

짠내 폭발 소시민 캐릭터를 내세워 ‘어떤 재주든 갈고 닦다 보면 제대로 발휘할 날은 온다’는 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각종 일상적인 외피를 내세워 기존의 재난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를 꾀하지만 결국엔 진부한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지루한 레이스를 장시간 펼친다. 초반부에 온갖 무기를 쏟아낸 덕에 후반부를 채우는 건 역시나 136억의 자본을 들여 재현시킨 재난 상황의 볼거리뿐이다.

철없는 막둥이의 가족 구하기는 점차 시민 구하기로 판이 커지고, 서울을 통째로 빌린 듯한 두 남녀의 화려한 동반 달리기만 끝없이 펼쳐진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가족들과 쌩둥맞게 등장하는 BJ들, 급기야 시민들의 응원 속에서 두 사람의 탈출기가 안개를 뚫고 장황하게 펼쳐진다. 중간 중간 개연성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장면들과 각종 음악들은 아쉬움을 점점 더 극대화시킨다. 쉴 수 없는 건 주인공뿐, 이미 한참 전부터 관객들은 쉬고 쉬다 못해 지루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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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전개와 소소한 차별화, 무엇보다 두 배우에 과도하게 기대 장시간 큰 몸집을 끌고 가자니 결국 힘이 부칠 수밖에.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리고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자타공인 코믹 장인 조정석과 은근히 살아 있는 코믹 밀당녀 윤아의 에너지는 그야 말로 영화의 최대 킬링 포인트. 두 사람의 극한 탈출기에 굳이 136억이 필요했을까 싶을 만큼, 소소한 알멩이에 비대한 자본을 입혔다. 소박한 척 촌스러운 척 친근감 있는 외피로 유혹하지만 결국엔 그저 속 빈 강정이다. 주인공의 탈출 보다 극장에서 탈출할 때 더 강력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재난 대작이다. 7월 31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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