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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승부의 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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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九단 / 黑 변상일 九단

조선일보

〈제10보〉(124~140)=승부의 신(神)은 아마도 대책 없는 심술쟁이일 것이다. 절차가 조금만 어긋나도 반드시 어깃장을 놓는다. 누가 순탄하게 이겨가는 꼴을 못 본다. 그렇다고 약자의 편에 서는 것도 아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도움의 손길은커녕 채찍을 휘두른다. 승부의 신은 또 역전 드라마를 즐긴다. 정연하고 평탄한 시나리오를 한사코 거부한다. 그는 "패신(敗神)에게 홀렸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한다.

백이 △에 두자 흑이 125로 이어가지 않고 ▲로 역진(逆進)한 장면. 불리한 흑이 마음먹고 선택한 도발이다. 그 기세에 흥겨워진 승부의 신이 짐짓 백에게 124라는 나약한 수로 유도한다. 흑은 참고도의 절단을 결행했어야 했다. 8까지 연결은 해가겠지만 9가 통렬하고, A~C도 모두 백의 절대 선수여서 흑이 이길 기회는 거의 없었다.

128까지 틀어막아 아직도 백이 약간이나마 우세한 국면. 130은 최강이었지만 134로는 '가'의 곳에 끼워 잇는 수가 간명했다. 백진 속에서 흑이 이리저리 현란한 붙임수를 구사하고 나오니 백도 으스스하다. 흥이 오른 승부의 신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지나는 길에 둔 135야말로 '신의 뜻'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진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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