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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전쟁 피해왔는데…" 땅에도 바다에도 난민에겐 죽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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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시설 공습으로 44명 숨진 직후 지중해 난민선 침몰로 80여명 실종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유엔이 지지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리비아 국민군(LNA)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난민 수용시설은 어느 순간 무차별적인 공습의 주요 표적이 돼 버렸고, 난민선에 몸을 싣는다 해도 잦은 침몰사고 탓에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현실이어서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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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파괴된 트리폴리 교외의 난민 수용소 [EPA=연합뉴스]



국제이주기구(IOM)는 전날 오후 튀니지 자르지스 인근 해안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탑승자 82명이 실종됐으며, 4명은 어부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구조자 가운데 1명은 밤사이 사망했다고 로레나 란도 IOM 튀니지 지부장은 전했다.

튀니지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의 한 자원봉사자는 "리비아 주와라항에서 출항한 이 배는 탑승해야 할 인원보다 2배나 많은 승객을 싣고 있었다"고 스카이프를 통해 열악한 당시 상황을 AP에 설명했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리비아에서 통합정부군 측 민병대와 협력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정책도 이런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EU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 통합정부군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처럼 탈출 길목을 막다 보니 난민들은 무자비한 불법 브로커들에게 의지하거나 음식물도 없는 최전선 난민시설에 구금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뱅상 코슈텔 유엔난민기구(UNHCR) 지중해 담당 특사는 "유럽 국가들은 리비아 난민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맹목적"이라고 비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IOM에 따르면 적어도 5천200명의 난민이 현재 리비아 내 구금시설에 갇혀있으며, 대부분은 수단이나 소말리아 등의 국가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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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으로 폐허가 된 리비아 트리폴리 교외의 난민 구금시설에서 한 이민자가 옷가지를 챙겨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난민으로서 온갖 고초를 겪는 것은 어린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AP가 전하는 한 10대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온 이 소년은 14살 때 전쟁을 피해 배를 타고 유럽으로 떠났다가 다시 리비아로 돌려보내져 유치장에서 20개월을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는 고문과 학대가 가해진다고 소년은 밝혔다. 이후 그는 민병대에 강제 징집됐다.

민병대의 보복이 두려워 자신의 이름과 국적을 밝히지 않은 이 소년은 8개월간 타조라 난민시설 인근 무기 작업장에서 무보수로 소총부터 대공포까지 민병대의 무기를 관리했다고 전했다.

GNA의 지원기지로 전락해버린 난민 구금시설은 결국 LNA의 주요 공격 목표물이 됐다고 AP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리비아 트리폴리 교외 타조라에 있는 난민 구금시설이 공습을 받아 최소 44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다쳤다.

가까스로 이번 공습에서 목숨을 건진 10대 소년은 "전쟁을 피해왔지만 도착한 곳은 지옥 같은 리비아"라며 자신의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공습으로 죽은 사람 가운데 대다수는 잠을 자다가 파편 밑에 깔려 죽었다고 AP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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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리비아[구글 캡처]



리비아 GNA는 이번 공습이 동부지역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 소행이라면서 유엔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LNA 대변인은 "(하프타르 측) 병력은 타조라 난민시설의 공격에 대한 책임을 부인한다"며 "우리는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GNA는 공습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난민시설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4월 하프타르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을 향해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한 뒤 LNA와 GNA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무장세력의 난립으로 혼란에 빠졌다.

현재 서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와 동부를 통치하는 하프타르 세력으로 양분된 상태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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