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돌'소리 들어본 적 없는데, 다른 감독 형들도 다 같은 성씨라 위안"
김종규 나가 전력 약해졌지만 "다 같이 뛰는 농구로 6강 이상 목표"
현주엽 LG 감독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가 제일 아끼고 신경 많이 쓴 선수, 좋아했던 선수인데 FA가 냉정한 거네요."
프로농구 창원 LG 현주엽(44) 감독이 원주 DB로 떠난 김종규(28)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종규는 현주엽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2017-2018시즌부터 2년간 함께 하며 LG의 기둥으로 활약한 선수다.
현주엽 감독의 사령탑 데뷔 시즌이던 2017-2018시즌에는 김종규가 등 번호를 15번에서 현 감독의 현역 시절 32번으로 바꿨을 정도로 남다른 사이였다.
하지만 김종규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지난 5월 DB와 프로농구 사상 역대 최고 대우인 보수 총액 12억7천900만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현 감독은 "가장 아끼고 좋아했던 선수"라며 "외부 평가도 좋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팀이 있으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저로서는 아쉽지만 (김)종규의 선택이니까…"라고 씁쓸해했다.
김종규가 DB로 이적할 때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해외에 머물던 현 감독은 "귀국한 뒤로 아직 종규와 통화는 못 했다"며 "DB에 가서 부상 없이 지금까지 해온 이상으로 잘 하면 좋겠다"고 다음 시즌부터 '적'으로 마주 서게 된 제자의 건승을 기원했다.
LG 4강행 |
LG는 김종규가 나간 대신 FA로 정희재, 박병우, 김동량을 영입했고 김종규에 대한 보상 선수로는 서민수를 데려왔다.
현 감독은 "사실 지난 시즌까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편이었고, 2번과 3번 포지션의 높이가 낮아 상대가 미스매치에 의한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며 "김종규라는 큰 선수가 나갔지만 대신 영입한 선수들을 잘 활용하면 이런 약점들은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감독은 첫 시즌이던 2017-2018시즌 9위에 머물렀지만 지난 시즌 3위에 이어 플레이오프 4강까지 진출하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3년차를 맞는 지금은 "새로운 팀 컬러를 내야 하는데 일단 새로 들어온 국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또 외국인 선수들까지 하나로 잘 묶는 것이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며 지도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주엽 "KT 파울이잖아!" |
2018-2019시즌은 현 감독을 제외한 '오빠 부대' 출신 사령탑들에 힘든 한 해였다.
현 감독 역시 데뷔 시즌에 호된 신고식을 해야 했고, 지난 시즌에도 2018년 연말까지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등 고전했다.
현 감독은 "그래도 (오빠 부대 출신 감독) 그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이)상민이 형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저도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이거 왜 못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안될 때 왜 안 되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쉽게 말해 제가 아는 농구를 내려놔야 하고, (선수 때의) 현주엽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다"고 스타 출신 감독으로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현 감독은 최근 자신의 유명한 별명 '매직 히포' 외에 또 다른 별명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제가 인터넷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어느 날 아들이 '아빠 별명이 돌주엽'이라고 말해주더라"며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돌'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라며 껄껄 웃었다.
현 감독은 "그럴 때는 내가 왜 또 (농구코트에)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앞으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면 그런 말들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나중에 보니까 아까 그 형들(오빠 부대 출신 감독들)도 다 같은 성씨의 별명을 갖고 있더라"며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우리는 형제, 외롭지 않구나 위안을 삼는다"고 농담한 현 감독은 "그런 게 그래도 다 관심 아니겠냐"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현주엽 먼저 웃었다. |
농구대잔치 시절 '전국구 스타'였던 그는 최근 농구 인기 하락을 걱정하며 "제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 선수들도 같이 나올 때가 있는데 얼마 전에 김시래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시래가 우리 팀 주전 가드인데 농구로는 한 번도 검색어에 들지 못하다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나와서 검색어 상위권에 들었다"며 "앞으로는 팬들에게 '와서 보시오'가 아니라 저희가 찾아가서 보여 드리는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농구 인기 부활을 걱정했다.
다음 시즌 목표로 역시 6강을 내건 현 감독은 "김시래 정도를 제외하면 전원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다 같이 뛰고, 다 같이 수비하는 농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포인트 포워드'라는 별명으로 영리한 농구를 펼쳤던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포지션을 파괴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농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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