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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후진 기어’ 넣던 KIA, 감독 바뀌고 ‘전진 기어’로··· 8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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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2010년 이후 9년 만에 첫 8연패…김기태 감독 사퇴 / 박흥식 감독 대행 지휘봉 잡은 17일 이후 투타 모두 급상승

2010년 이후 9년 만의 첫 8연패에서 2017년 7월4일 이후 첫 7연승 포함 8승 1패. 불과 한 달 전후 극과 극을 달린 KIA 타이거즈의 성적이다.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KIA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KIA 팬 중 상당수는 “감독이 바뀌었을 뿐인데 팀이 180도 달라졌다”며 놀라는 표정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선수들이 태업을 했던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하면서 퓨처스(2군) 감독을 하다 자진 사퇴한 김기태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박흥식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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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3 대 1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4연승 달성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 사퇴 전후 180도 달라진 KIA···투타 모두 급상승

KIA는 지난주(5월 21~26일) 6전 전승 행진을 펼쳤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를 홈(광주)으로 불러 스윕승을 달성하며 승률 4할대(0.404)를 회복했다. 시즌 21승 1무 31패를 기록한 KIA는 9위를 달리고 있지만, 공동 6위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23승 29패)와의 승차는 불과 2경기다. 이번 주에도 페이스를 유지하면 6위 자리도 노릴 수 있다. KIA의 지난주 팀타율은 0.361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홈런도 7개나 곁들였다. 최형우는 3홈런에 5할이 훌쩍 넘는 타율로 연승을 이끌었다. 최형우는 두 차례 결승타도 때려냈다. 안치홍은 지난주 0.429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12안타에 8타점을 쓸어담았다.

투수진에서는 양현종과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 등 선발진이 제몫을 다했다. 특히, 양현종이 구위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불펜진 역시 대체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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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김기태 KIA 감독이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신의 고별전인 KT와의 경기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공교롭게도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치러진 9경기에서 KIA는 7연승을 포함해 8승 1패의 놀라운 성적을 일궜다.

2017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한 이후 지난해 시즌 9위로 속절없이 추락한 KIA는 올 시즌 초반에도 졸전을 거듭하다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시즌 무기력한 경기력과 ‘KIA 레전드’ 투수 임창용 방출 논란 등으로 성난 KIA 팬들을 중심으로 김 감독의 지도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배경이다. 김 감독이 이른바 ‘동행 리더십’을 앞세워 2017년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낸 것도 소용 없을 만큼 팬심이 악화했다. 선수 기용과 운용, 작전 등에 관한 감독의 고유권한을 감안한다 해도 팬 입장에서 독선적으로 보일 만큼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나오거나 결과적으로 성적이 뒤따라주지 않은 탓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이 사의를 밝히고 KIA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지난 16일까지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0.249와 5.85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갑작스럽게 물러난 김 감독의 뒤를 이어 박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17일 이후 9경기에서 KIA 투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9경기 동안 팀 타율과 자책점은 각각 0.338과 2.89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박흥식 “패배의식에 젖은 팀 분위기 쇄신 위해 꽥꽥 소리 질렀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 대행은 “패배의식에 젖은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나부터 더그아웃에서 꽥꽥 소리 질렀다”고 지난 열흘을 되돌아봤다. 박 대행은 취임 일성으로 김 전 감독의 사임이 구단, 선수, 코치진 모두의 책임이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코치진을 대거 교체하고 부진의 빌미를 제공한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팀 장악에 속도를 냈다. 박 대행은 고참들이 변화해야 할 시점을 전반기로 못 박고 뚜렷한 변화가 없다면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그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확실하게 덧붙였다.

메시지가 효과를 본 덕분인지 조용하던 KIA 더그아웃이 달라졌다. 고참과 젊은 선수들이 다시 한 데 어울려 경기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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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흥식 감독대행. KIA 타이거즈 제공


‘국민 타자’ 이승엽(43)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박 대행은 삼성 라이온즈, KIA,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랜 기간 타격 코치를 지냈다.

2011년 히어로즈 2군 감독을 맡았고, 2017년 KIA에서 타격 코치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뒤 2018년 KIA의 퓨처스 사령탑을 지냈다. 지도자로만 24년째인 그에게 1군 감독 대행은 첫경험이다.

박 대행은 “퓨처스 감독을 지낸 것이 현재 1군 감독 대행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함께 땀을 흘린 어린 선수들이 현재 1군 주력으로 성장한 것에 흐뭇함을 내비쳤다.

박 대행은 “박찬호, 최원준 등 1군 타자들에겐 야구는 다 똑같다, 1군이라고 해서 크게 특출난 것 없다. 2군에서 신나게 방망이를 돌렸듯이 여기서도 그렇게 휘두르면 된다고 응원한다”며 “전상현, 하준영, 장지수 등 어린 투수들은 개성 있고 장점이 많은 친구들이다. 상대 타자들에게 맞아도 좋으니 제발 볼넷은 주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2017년 통합 우승 당시보다 지금의 불펜이 나은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서재응 투수 코치와 상의해 KIA의 새로운 필승 계투조로 자리 잡은 문경찬, 하준영, 전상현 등의 투구 수를 정교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나도 대행직을 맡은 뒤 긴장했는데, 9경기를 예상보다 잘 풀어왔다”며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와 앞으로 잇달아 격돌하는데, 연승은 언제든 깨질 수 있기에 2승 1패 이상씩 위닝시리즈를 거둘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우리가 초반에 너무 졌기에 연패를 줄이는 게 최대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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