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주 각료회의에 포고령 상정…NGO '선전포고' 반발
유럽 NGO 난민구조선. |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 난민을 구조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난민 1인당 최고 5천500 유로(약 732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난민 구조에 힘써온 NGO들은 사실상의 '선전 포고'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NGO가 구조하는 난민 1인당 3천500∼5천500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며칠 내 각료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포고령에는 최악의 경우 선박으로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면허나 허가를 최대 1년까지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신문은 만약 이런 포고령이 과거에 내려졌더라면 지난 3년간 지중해에서 8만여명의 난민을 구조한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의 경우 무려 4억4천만 유로(약 5천860억원)의 벌금을 내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NGO의 난민 구조 활동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목적을 가진 이 포고령이 궁극적으로 강경한 난민 정책을 주도해온 살비니 부총리의 권한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
관련 단체들은 전례 없는 비인도적 처사라며 이탈리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클라우디아 로데사니 MSF 이탈리아 지부장은 "이번 포고령은 법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생명 구조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는 마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에 벌금을 물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난민 구조 NGO '시워치'도 새로 내려질 포고령이 난민 수색 및 구조와 관련한 국제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탈리아 일부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해안경비대원 출신인 그레고리오 데 팔코 상원의원은 해당 포고령이 헌법에 배치된다면서 "우리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사람 목숨을 구하는 이에게 벌금을 물리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과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출신인 데 팔코 의원은 작년 9월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안전·이민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에서 퇴출됐다.
살비니 부총리는 과거 여러 차례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 선박이 해상에 표류하는 사태를 초래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0일 리비아에서 40해리 떨어진 지중해에서 표류하던 난민 30명의 목숨을 구한 뒤 이탈리아 항만 진입을 요청한 '마레 요니오'를 압류하기도 했다.
lu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