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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LG 새 보물 정우영 ““사이드암의 투심, 좌타자가 더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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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첫 해 개막 엔트리·필승조… 절친 강백호 잡고 데뷔 첫 세이브

임창용 투구 폼 연습 구위 상승세 “선발보다 마무리 역할 더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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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이 지난 2일 잠실 KT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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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모처럼 등장한 대형 신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일본 스프링캠프 때부터 ‘제2의 임창용’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고졸 신인 사이드암 정우영(20)은 구단의 기대보다 빨리 1군에 안착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불펜에서 핵심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더니 지난 2일 잠실 KT전에서는 데뷔 첫 세이브까지 올렸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9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우영은 최고 시속 146~147㎞ 직구에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를 던진다. 특히 투심은 사이드암이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통념을 깨는 주무기다.

6일 현재 18경기에서 1승1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4를 기록 중인 정우영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0.172로 우타자(0.167)와 큰 차이가 없다. 첫 세이브를 올릴 당시엔 포심을 한 개도 던지지 않고 투심 네 개와 슬라이더 세 개로 한 이닝을 책임졌다. 서울고 1년 선배이자, 절친한 강백호(KT)를 잡아낸 것도 투심이었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우영은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 없던 투심이 프로에 와서 구위가 더 좋아졌다”며 “불안한 것이 전혀 없으니까 오히려 좌타자를 상대하는 게 더 편하다”고 밝혔다. 강백호와 프로 첫 맞대결에 대해선 “(지난달 30일) 첫 대결 때는 볼넷을 줬는데 경기 후 문자메시지로 날 놀리더라. 두 번째 대결 상황은 1점차 상황에서 마무리로 올라가 상대 타순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보니 (강)백호가 있길래 ‘꼭 잡아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둘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지만 정우영이 중학교 시절 1년을 유급해 나이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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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우영이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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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은 스프링캠프 당시 수없이 영상으로 돌려봤던 임창용의 투구 폼을 처음 따라 해봤다. 자신에게 안 맞을 것 같던 폼은 어느새 몸에 뱄고, 구위도 더 올라왔다. 정우영을 캠프 연습 경기 때부터 상대했던 염경엽 SK 감독은 “좌타자를 잡을 수 있는 공 움직임이 좋다”며 “구종을 추가하면 선발 투수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선발 꿈이 없는 건 아니다. 정우영은 “커브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최일언 투수코치님이 선발로 가려면 구종이 더 있어야 하고, 주자 나갈 때 템포 조절과 견제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구종 추가보다 지금 던지는 걸 완벽하게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주위에서 ‘돈 벌려면 선발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하지만 마무리를 해보니까 이 보직이 더 욕심난다. 내가 경기를 끝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이드암으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지만 사실 정우영은 오버핸드로 전향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다. 서울고 1학년 시절 193㎝의 큰 키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투구를 위해 오버핸드로 바꿨지만 어깨를 다쳐 2학년을 통째로 쉬고 사이드암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우영은 “오버핸드로 안 되고 다쳤을 때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다”며 “유정민 서울고 감독님한테도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감독님이 ‘참고 다시 해보자’라는 말에 마음을 다잡고 재활을 했다”고 돌이켜봤다.

오버핸드에 대한 미련은 없다. 지금의 투구 폼, 구위에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부분도 달라졌다. 그는 “긴장을 잘하고 공에 자신도 없어 마운드에 올라가면 걱정부터 앞서는 스타일이었다”면서 “이제는 멘탈을 바꿨다. ‘어떻게 던지든 욕먹는 건 똑같다. 욕을 먹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자’라는 생각이다. 평소 생활을 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도 당당하게 보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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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이 세이브 후 포수 유강남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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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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