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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인터랙티브 콘텐츠’, 스토리 전개 내 맘대로 바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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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당신과 자연의 대결…

넷플릭스가 주도한 양방향 포맷

시청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시간·결말 달라져

촬영 시간·제작비 두 배 더 들지만

유튜브·오디오 등으로 확산 추세

젊은 세대 공략엔 효율적이지만

게임·모험에 국한된 영역이 한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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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금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자, 어떻게 할까요? 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이 기사를 쓸까요? 쓰지 말까요?”

①쓰세요→다음 문장으로 ②쓰지 마세요→다른 아이템 고민

기사도 인터랙티브 포맷이 가능하다면 독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되는 인터랙티브(반응형) 포맷이 방송 콘텐츠에 번지고 있다. 매 순간 시청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 결심했어!”로 유명한 1993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인생극장’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넷플릭스가 주도적이다. 지난해 12월28일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데 이어, 모험물인 <당신과 자연의 대결>을 4월10일 내놨다. 2017년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버디 썬더스트럭: 어쩌면 봉투>, 2018년 <스트레치 암스트롱: 도시를 구하라!>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까지 어린이 콘텐츠에서 이런 시도를 한 적은 있지만, 성인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밴더스내치>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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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시청자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무개와 아무개를 연결시켜달라”는 등 시청자 게시판에 글깨나 써봤다면 실시간으로 내 의견이 반영되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아침에 먹을 시리얼 종류 등 아주 사소한 것까지 묻는 등 ‘내’가 없으면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당신과 자연의 대결>(8부작)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실제 모험가로 유명한 베어 그릴스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천하의 그’가 전적으로 ‘나’에게 의지한다. 절벽을 올라가다 꼭대기에 있는 퓨마를 발견하고는 닦달한다. “올라가서 퓨마와 맞설까요? 절벽 밑으로 떨어질까요?” 눈이 마주친 악어와 싸울지 도망갈지도 정해달라고 말한다. “어떻게 할까요?” 자꾸 재촉한다.

<당신과 자연의 대결>은 매회 15분 남짓으로 구성되는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 유명한 베어를 물에 빠지게 하거나, ‘응가’를 먹게 할 수도 있다. ‘응가’를 먹으라고 하면 베어가 ‘나’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자체로 웃음이 나지만 매사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 베어가 임무를 수행 못 할 수도 있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내’ 선택에 따라 해피엔딩이 되기도, 끔찍한 새드엔딩이 되기도 한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엔딩이 총 5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결말이 궁금해 이런저런 선택을 하다 보면 러닝타임 1시간30분이 3시간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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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여러 경우의 수를 다 촬영해놓고 상황에 맞게 등장시켜야 해서 일반 콘텐츠에 견줘 촬영 시간과 제작비가 갑절 이상 든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도 총 300분 분량의 영상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도 넷플릭스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이용자들의 자발적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수십번은 봤다는 한 시청자는 “또 다른 숨은 결말이 있나 싶어 자꾸 찾아보게 된다”며 “마치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게임에서 확장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자기주도적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들의 사고를 잘 파악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짧은 영상인 ‘짤방’을 만들어 문화 콘텐츠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세대들에게 내가 참여해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볼거리’가 아니라 ‘놀 거리’가 된다.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브도 시청자가 시나리오를 바꾸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유튜브 쪽은 24일 <한겨레>에 “최근 ‘이노베이션’팀을 만들었다”며 “이노베이션팀은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포맷과 특별 라이브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미국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미국 콘텐츠 사업자 이케이오(EKO)에 거액을 투자하고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다. 아이피티브이가 도입될 당시 처음 이를 시도했던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 2018년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문화방송)가 지상파 주요 예능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랙티브 포맷을 시도한 바 있다. 영국 <비비시>(BBC)가 인터랙티브 오디오 드라마를 선보이는 등 넷플릭스가 불 지핀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오디오로도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화’를 소재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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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대중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 연구위원은 “아이피티브이가 도입될 당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지만 관심이 금방 꺼졌다. 집중도가 떨어지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투자를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스토리를 얼마나 집약적이고 극적으로 나누느냐 등이 숙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스토리 전개, 메인 경로가 있는 결말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소구하지 못하고 있다. 티브이 콘텐츠와 ‘인터랙티브’의 접점은 당분간 매우 중요한 숙제”라고 진단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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