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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열심히 하겠다"던 이지영, 친정팀 삼성에 비수 꽃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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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키움 이지영이 27일 잠실 두산전 0-2로 뒤진 전 5회 타석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포항=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8년 동안 뛰었던 팀을 떠날 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곧장 마음을 다잡고 성공적인 제2의 야구 인생을 위해 칼을 갈았다. 그리고 마침내 적지(敵地)가 된 ‘약속의 땅’ 포항에서 친정팀 삼성을 상대했다. 올시즌부터 키움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인 이지영(33)의 얘기다.

이지영은 2009년 삼성에서 프로 데뷔한 후 8시즌 동안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다. ‘불세출의 포수’ 진갑용의 백업 포수로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키워간 이지영은 2010년대 삼성 왕조 시절 주축 멤버로 활약했고 진갑용이 은퇴한 뒤에는 삼성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해 든든하게 삼성의 안방을 지켰다. 하지만 삼성이 2018시즌을 앞두고 롯데에서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다시 백업으로 신분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팀 입장에서는 강민호의 영입으로 포수 뎁스가 두꺼워지는 효과를 봤지만 주전 포수로 발돋움해 꽃을 피우던 이지영 입장에서는 충분히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무대를 찾아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을 하게 됐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각오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이지영은 시즌 초반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키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지영은 지난 16일부터 열린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치르기 위해 포항을 찾았다.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하는 일정이기에 이지영에게도 포항 3연전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1차전에는 안우진을 전담하고 있는 박동원이 경기 내내 포수 마스크를 끼면서 출전하지 않은 이지영은 김동준이 선발 투수로 나선 2차전에 선발 포수로 나섰다. 이지영은 경기 전 삼성 김한수 감독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지영에게 선발로 출전한다는 소식을 직접 전해듣고 “그래 좀 나와라. 네가 안나오니까 우리가 지잖아”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이지영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지영은 실력으로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옮겼다. 2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지영은 삼성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 적시타를 터뜨리며 키움에 첫 득점을 안겼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을까. 이지영은 2루까지 질주하다가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주루에서 아쉬움을 보였지만 첫 타석부터 친정팀에 비수를 꽃으며 삼성팬들의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 4회초 맞이한 2번째 타석에서도 이지영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역시 백정현에게 안타를 뽑아내며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키움은 이후 김혜성의 밀어내기 볼넷과 이정후의 적시타로 대거 3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이지영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이지영은 “포항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어서 편하게 경기했다. 나갈 때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오늘은 친정팀을 만난거라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삼성 팬들이 여전히 생각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고 남달랐던 소감을 밝혔다.

포수로서도 이지영은 제 몫을 다했다. 누구보다 삼성 타자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이지영은 유효 적절한 볼배합으로 김동준의 프로 데뷔 후 첫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이끌었다. 이지영의 활약속에 키움도 전날에 이어 삼성을 5-3으로 제압했다. ‘약속의 땅’ 포항에서 2연패에 빠진 삼성에 이지영의 활약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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