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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넌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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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도 못하고 막지도 못하고, 첼시를 떠나 레알로 가겠다니…

아자르, 유령 같은 드리블·원더골

팀 3위로 끌어올린 환상 플레이에 홈팬들 원망·미움 잊고 기립박수

SNS엔 이별 슬퍼하는 글 쏟아져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에덴 아자르에 대한 첼시 팬들의 심정은 ‘아리랑’ 가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첼시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가고 싶다고 하는 아자르에게 아쉬움과 원망, 미움이 어찌 없었으랴.

애증의 아자르였지만 9일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스탬퍼드 브리지를 찾은 첼시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마법 같은 환상골은 원망도, 불안도, 두려움도 모두 날려버렸다. 감탄과 경배만 남았다.

전반 24분 아자르가 웨스트햄 진영 중간 부근에서 볼을 잡았다. 곧바로 스피드를 높인 아자르는 가볍게 한 명을 제쳤다. 박스 안에는 웨스트햄 수비수 3~4명이 촘촘히 진을 치고 있었다. 아자르가 그 수비수들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쳐 나갔다. 왼쪽 수비수가 달려들자 볼을 오른발로 보내더니 오른쪽에서 덤벼드는 수비수를 피해 순간적으로 다시 오른발로 치고 나갔다. 리오넬 메시의 전매특허로 알려져 있는 ‘유령(팬텀) 드리블’이었다.

유령 드리블은 드리블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전에서 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고난도 드리블 기술이다. 칼로 케이크 자르듯 가볍게 웨스트햄 수비망을 뚫은 아자르는 왼발슛을 정확히 웨스트햄 골네트에 꽂아넣었다. 자신감과 리듬, 빠른 공간 인지, 과감성, 밸런스, 고도의 기술 능력이 빚어낸 ‘예술 골’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아자르의 몸값을 1억파운드(약 1493억원)에서 1억8000만파운드(약 2687억원)로 올린 골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아자르는 종료 직전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첼시가 3위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첼시에서 아자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리그 성적은 32경기에 출전해 16골·12도움. 도움과 공격포인트(28개)는 리그 전체 1위다. 첼시가 올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57골의 49.1%가 아자르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2020년 여름 계약이 만료되는 아자르는 첼시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값비싼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내보내야 하는 참사를 피하려면 올여름 그를 팔아야 한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 개인적인 합의를 봤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아자르와의 이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사리 첼시 감독은 “1억파운드도 아자르의 몸값으로는 너무 싸다”면서 “올여름 아자르의 레알 이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첼시 팬들도 아자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는 우리를 떠날 것이지만 사랑하고 (사랑을) 잃어버리는 게 사랑하지도 않은 것보다 낫다” “그가 떠나는 것이 정말로 두렵다” “시즌 마지막이 가까워질수록 더 슬퍼진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아자르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챔피언스리그 티켓과 유로파리그 우승이 그가 준비하는 마지막 선물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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