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카타 주지사로 중도우파 단일후보 당선…유럽의회 선거 '청신호'
현지 언론 "동맹, 오성운동과 연정 깨고 조기총선 요구 가능성 커져"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
25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남부 바실리카타 주지사 선거에서 살비니 부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도우파 진영의 단일 후보 비토 바르디가 42%의 표를 얻어 당선을 결정지었다.
1995년 이래 중도좌파 진영의 주지사가 통치하던 이 지역은 이로써 약 4반세기 만에 우파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바실리카타 주지사 당선을 확정지은 비토 바르디 [ANSA통신] |
전 정권을 이끈 민주당(PD) 주축으로 꾸려진 중도좌파 진영의 단일 후보 카를로 트레로톨라는 33%의 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은 작년 3월 총선 이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손을 잡고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립정부를 출범시켰으나, 지방선거에서는 전통적인 협력 관계인 전진이탈리아(FI),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우파 정당들과 계속 연대하고 있다.
지난 1월 아브루초 주, 2월 사르데냐 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전보를 울린 바 있는 중도우파는 살비니 부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3월 총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는 바르디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에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총선보다) 득표 수를 3배 불렸고, 바실리카타 승리로 지방선거에서 7연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 작년 총선에 비해 약 3배 많은 19%의 표를 얻어 바르디의 당선을 견인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어 "좌파에 작별을 고한다. 이제 유럽도 바뀔 것"이라며, 오는 5월 하순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살비니는 유럽의회 선거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반이민 포퓰리즘 세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유럽연합 관료들로 대표되는 통합된 유럽 지지 세력 간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작년 총선에서 저소득층을 겨냥한 '기본소득' 공약으로 농업 이외엔 주된 산업 기반이 없는 바실리카타 지역에서 무려 44%의 표를 얻었던 집권 오성운동 진영의 후보 안토니오 마티아는 이날 선거에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20%의 득표에 그쳤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현지 언론은 오성운동이 지방선거에서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아 불리한 출발점에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중도좌파 후보에게마저 크게 밀린 이 같은 결과는 오성운동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중도우파의 거듭된 승리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가 조기 총선을 노리고,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깰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예상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오성운동과 손잡고 포퓰리즘 정부의 5년 임기를 꽉 채울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총리 자리를 내심 원하는 그가 유럽의회 선거 후 오성운동과의 연대를 파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학도, 지지기반도 상이한 동맹과 오성운동은 집권 이후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TAV) 건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부터 난민문제,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의제에서 사사건건 파열음을 노출하면서 '불안한 동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가 오성운동의 참패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단일 정당 가운데에서는 우리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진정한 패자는 각각 9%, 8%의 득표율에 그친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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