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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지금 말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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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구가 다시 시작됐다.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 선수단 입구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걸렸다. 야구는 시간이 흐르면 끝나는 경기가 아니라 어떻게든 끝내야 끝이 나는 경기다. 공격도, 수비도 끝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야구의 끝은 ‘의지’를 동반한다.

감독에게 마운드는 목표다. 경기를 끝내려는 의지를 전달해 완성하는 자리다. 모든 감독은 투수 교체에 승리를 향한 의지를 투영한다. 때로 그 교체는 이날의 승리가 아니라 다음날의 승리를 위한 결정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불리지만 투수 운영은 예술에 가까운 기술이다.

새 감독이라면 부푼 만큼 긴장도 크다. SK 염경엽 감독은 오래지만 새로운 개막전을 치렀다. 히어로즈 감독에서 SK 단장을 거쳐 2019시즌 SK 감독이 됐다. 지난 23일 KT와의 개막전 4-4 동점에서 하재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독립리그와 야쿠르트를 거쳐 KBO로 돌아온 서른 살 신인이었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 하재훈이 1이닝을 막은 뒤 타선이 터져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24일 경기에는 2-3으로 뒤진 8회에 강지광이 등판했다. 강지광의 야구도 파란만장했다. 여기저기 팀을 옮기며 투수에서 야수로,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8회말 팀이 역전해 강지광도 입단 11년 만에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염 감독은 “내게도, 팀에도, 선수 스스로에게도 매우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창원NC파크에서 삼성을 상대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겨우내 고민을 거듭한 결과를 내놓는 자리였다. 외인 투수 에디 버틀러가 메이저리거 출신답게 호투를 이어갔다.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을 때 투구수가 90개를 넘겼다. 손민한 투수코치와 의견을 나눴다. 이닝 사이 교체가 아니라 8회 도중 교체를 결정했다.

이 감독은 “첫 경기, 버틀러가 스스로 에이스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8회 첫 타자 강민호를 3구 만에 2루 뜬공 처리한 뒤 손 코치 대신 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버틀러에게 “수고했다”고 말했고, “팬들의 응원을 느끼고 답해주라”고 말했다. 버틀러는 마운드를 내려가며 2만명 넘는 NC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닝 사이 교체라면 없었을 분위기다. 버틀러는 모자를 벗은 뒤 두 팔을 벌려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SK를 상대로 감독 데뷔전 2경기를 치렀다. KT는 창단 뒤 만년 꼴찌였다. 후반 싸움이 문제였다. 고심 끝에 정성곤-엄상백-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완성했다. 엄상백에 대한 기대가 컸다. 투구 때 손목을 세워 회전축을 수평 방향으로 만들었다. 상하 움직임이 좋아졌다. 첫 경기 4-4로 맞선 7회 2사 1루에서 엄상백을 투입했다. 결과는 나빴다. 로맥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맞았다. 2차전 3-2로 앞선 8회에도 엄상백을 투입했다. 볼넷과 안타, 적시타로 역전을 허용했고 쐐기 투런 홈런을 맞았다. 감독의 데뷔 첫 승이 미뤄졌다. 이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잘못 던졌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았다는 모습이 마운드에서 보였다. 그게 더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야구는 144경기 장기 레이스다. 중요한 건 지금의 승리가 아니라 미래의 승리 가능성이다. 하재훈, 강지광, 버틀러, 엄상백을 둘러싼 감독의 모든 결정이 그곳을 향한다. 지금의 마운드가 아니라 미래의 마운드다. 요기 베라의 말처럼,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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