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19일 국가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뒤 웃으며 훈련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상상 이상이었다.
3월 A매치를 위한 축구대표팀 소집 훈련이 이틀 째 진행된 19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는 훈련 전 선수 두 명과의 인터뷰 시간이 되자 몰려드는 취재진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개 NFC는 소집 첫 날 분위기가 뜨겁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약식인터뷰를 하고 감독도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반대였다. 전날보다 두 배 가량의 미디어 관계자들이 몰려 70여명이 운집했다. 누군가는 “월드컵 직전 최종 훈련도 아니고…”라고까지 했다. 열대 이상의 카메라가 진을 치고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에서 뛰는 18세 공격수 이강인때문이었다. 소속팀 일정 관계로 하루 늦은 이날 같은 라리가 선배 백승호와 도착한 이강인은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2019년 UAE 아시안컵 8강 탈락의 충격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 축구의 기대를 짊어진 ‘영건’ 다웠다.
2001년 2월19일에 태어난 이강인은 발렌시아 구단이 만 18세가 되지 않은 선수에게 인터뷰 제한하는 정책에 따라 말할 기회가 적었다. 한국 취재진이 발렌시아 홈 혹은 원정 경기를 다녀도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가 나서서 가로막기 일쑤였다. 대표팀에 온 만큼 이런 제약이 없었다. 이강인에 대한 신비감까지 어우러져 7분 약간 안 되는 시간에 19개의 질문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강인도 준비했다는 듯 어린 나이 잡지 않은 굵은 목소리로 바로바로 답변했다.
그에게 향한 첫 질문은 다른 선수에게 형식적으로 향하는 ‘대표팀 합류 소감’이 아니었다. “이런 관심이 어떤가”였다. 이강인은 “많은 관심은 감사하다”며 “좋은 선수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는 말로 담담하게 넘어갔다. 이후엔 국가대표 발탁에 대한 기쁨과 열정을 전했다. “좋은 형들과 함께 축구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 많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다시 스페인 돌아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 국가대표였다”, “더 열심히 해서 계속 올 수 있도록 하겠다”, “(스페인에서)볼 수 있는 경기는 다 보려고 했다. 몇 경기 봤는데 너무 좋은 선수들이어서 엄청 잘 하는 것 같더라”, “감독님이 원하시고, 형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굳은 다짐을 멈추지 않았다.
“배우겠다”는 자세가 우선이었지만 준비 만큼은 철저히 해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 역시 엿볼 수 있었다. 이강인은 주포지션이 전방 스트라이커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발렌시아 1군에선 주로 왼쪽 날개를 소화했다. 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어 거기가 편하다. 하지만 어느 포지션에 나서더라도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택하는 벤투 감독이 그를 어느 시점에 어떤 역할로 뛰게 할지가 궁금하게 됐다. 최근 출전 논란 및 경기 감각에 대해서도 큰 문제 없음을 알렸다. 이강인은 스페인 국왕컵부터 모습을 드러내 라리가까지 밟았다. 그런데 지난 2월 초 1군 계약을 한 뒤부터 오히려 기회가 확 줄어들었다. 18인 엔트리에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페인 언론에선 발렌시아를 이끄는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과 이강인이 최근 면담까지 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이날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이강인은 “올해 1군에서 조금의 기회라도 받을 수 있어 매우 행복했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싶다”며 성인 무대 데뷔의 기쁨을 전하면서도 “소속팀 감독과 면담 내용 말해줄 수 있나”란 질문엔 “지금은 국가대표팀에 와있다. 여기서 발렌시아와 관련된 일을 얘기하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 같다. 국가대표팀에만 집중하고 형들과 좋은 축구를 하고 싶다”며 세밀한 이야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2월에 실전을 딱 한 번 뛰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발렌시아에서 계속 훈련했고 좋은 선수들과 연습 경기도 했다. 몸 상태는 아주 괜찮은 것 같다. 국가대표가 됐으니까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잘 준비하고 싶다”며 컨디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이강인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오는 22일 볼리비아전(울산), 26일 콜롬비아전(서울)을 통해 그의 진가가 얼마나 드러날지 한국 축구가 모처럼 신선한 기대감에 사로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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