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인기 스타였던 두 남자 가수가 성범죄 의혹을 받으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승리(왼쪽)와 KBS `1박2일`에 나온 정준영의 모습. 사진은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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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게이트'가 '정준영 몰카'로 번지며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성폭행과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으로 얼룩진 이번 사건에 국내 인기 스타들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연예기획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문제의 중심에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 YG가 있다는 점에서 사건이 미칠 파장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13일 오후 YG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전속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승리가 지난 11일 오후 본인 인스타그램에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이다. YG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체질 개선을 도모할 기회는 이미 여러 번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YG는 이전에도 소속 가수 탑(최승현·32), 지드래곤(권지용·31), 계열사 소속 프로듀서 쿠시(김병훈·35)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으며, 2NE1 출신 박봄(35)은 마약 밀반입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소속 뮤지션이 줄줄이 마약류에 연관됐던 것을 그저 감추고 어떻게든 넘기려고만 했던 것은 분명 책임이 있다"며 "윤리를 떠나 범죄에 대한 것인데 대처 방법이 너무 안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YG는 창사 이래 최고 위기를 맞게 됐다. 블랙핑크의 선전과 잇단 보이그룹 론칭으로 지난달 25일 4만7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약 보름 만인 13일 종가 기준 3만7750원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증발한 시가총액만 1773억원을 넘는다.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지난 일주일 새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시물만 20건 넘게 올라왔으며, 각종 온라인 뉴스에 달린 여러 댓글도 YG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YG를 넘어 K팝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연예계 마당발'인 승리와 친했던 여러 가수들이 이번 범죄에 직간접으로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이날 새벽 연예계 은퇴를 발표한 가수 정준영(30)에 이어 소속사인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정준영과 2019년 3월 13일부로 계약 해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승리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과 여타 가수들과 함께 쓰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BBC와 포브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K팝의 이면'이라고 집중 보도하고 있다. CNN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승리는 오랫동안 한국 연예인으로서 말쑥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면서 "이번 사건은 말쑥한 K팝 아이돌들의 진짜 모습에 대한 의문이 나오게 했다"고 전했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K팝 성장세에 얼마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의혹이 제기되는 정황들이 단지 사건에 연루된 소수 연예인의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어 분명 영향은 더 확장되고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번 사건이 특히나 문제시되는 건 한국을 대표하는 K팝 스타들이 범죄적인 방법으로 여성 인권을 침해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 K팝 남자 가수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을 공유한 부분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윤리의식 부재로 비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반야 평론가는 "미국에서는 마이클 잭슨과 R 켈리의 성범죄와 관련해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K팝도 아이돌들이 신뢰를 잃으면 팬들이 크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K팝 육성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우리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육성 체계"라며 "아이돌들은 이르면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떨어진 채 숙소와 연습실만 오가면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리 교육이 바탕이 안 되다 보니 힘든 시기를 거쳐 큰돈을 벌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도덕성을 함양하는 교육이 기획사 육성시스템에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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