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서 무릎 높이 바뀐 드롭 규칙
습관 못 바꾼 일부는 벌타 받기도
드롭 관련 벌타를 받은 파울러가 엉덩이 쪽으로 드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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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까지 골프를 할 때 드롭은 이렇게 했다. 지금은 우습게 보이지만 1908년부터 75년간이나 지켰던 규칙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홀 쪽을 보고 뒤로 떨어뜨려야 공을 홀에 가깝게 던지지 못한다. 또 등 뒤로 공을 떨어뜨리면 좋은 자리에 드롭하려는 골퍼의 의도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고심해서 만든, 상당히 공정한 드롭 방법이었고 그래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
문제도 있었다. 아시안 투어 상금왕을 역임한 강욱순(53) 골프 아카데미 원장은 “만약 너무 가깝게 떨어뜨려 공이 몸에 맞으면 벌타를 받았다. 공이 땅에 떨어진 뒤 튀어서 몸에 맞아도 벌타였다. 그래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보다 몸이 낮은 곳에 있으면 공에 맞지 않으려고 드롭을 한 뒤 앞으로 도망가야 했다”고 말했다.
골퍼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1984년부터는 팔을 쭉 편 뒤 몸 앞 어깨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공을 볼 수 있게 되자 욕심이 분출됐다. 조금 더 땅에 가까운 곳에서 떨어뜨리려 팔을 내리다 벌타를 받은 선수가 더러 있었다. 떨어지는 공에 회전을 줘서 공이 풀에 박히지 않게 하려는 선수도 많았다.
강욱순 원장은 “떨어뜨리면서 손가락을 돌리면 반칙이고 적발되면 벌타를 받았다. 이렇게 하는 선수는 하수였다. 엄지와 검지의 높이를 다르게 한 상태로 공을 쥐었다가 놓으면 자연스럽게 회전이 걸렸다”고 말했다.
35년 만인 올해 다시 드롭 방법이 바뀌었다. 무릎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된다. 드롭을 쉽게 하게 해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올초부터 일부 선수들은 “무릎 높이는 자세가 엉거주춤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조던 스피스 등 몇몇 선수가 예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어깨높이에서 드롭을 하려다 경기위원이 알려줘 간신히 벌타를 면했다. 리키 파울러는 어깨높이에서 드롭을 했다가 벌타를 받았다. 화가 난 파울러는 이후 대변을 보는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드롭하는 포즈를 취했다.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선수들 사이에도 드롭 방법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저스틴 토머스는 새 규칙을 “끔찍하다”고 했다. 그는 또 동료가 벌타를 받자 “USGA가 선수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USGA는 “계획된 미팅을 모두 취소한 사람이 토머스”라고 밝혔다. 토머스는 “내가 취소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고 다시 반박했다. PGA 투어 선수 앤드루 랜드리는 “이 규칙은 쓰레기다. PGA 투어만의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USGA와 R&A의 규칙은 1년에 한 번씩 US오픈과 디 오픈에서만 지키자”고 주장했다.
선수들 불평은 이해가 된다. 무릎보다 높으면 어깨든 허리 높이든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USGA는 지난해 1인치(2.54㎝) 높이에서 드롭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무릎 높이로 바꿨다. 이후 너무 교조적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분위기다.
선수들 불평도 보기 좋은 건 아니다. 세련된 자세는 아닐지 몰라도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등 뒤로 공을 떨어뜨리던 과거의 드롭 방법이 지금 기준으로 매우 어색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깨높이의 드롭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선수들은 골프규칙을 숙지한 뒤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주 혼다 클래식에서 캐디가 뒤에 있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은 무명 선수 애덤 섕크의 말이 귀에 남는다. 의도적으로 규칙을 어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모든 사람은 규칙에 맞게 경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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