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난민정책 '앞장' 살비니, 기소 면할 듯…포퓰리즘 연정도 분열 위기 넘겨
반체제 성향의 이탈리아 집권당 '오성운동'이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기소 여부와 연결되는 온라인 당원투표에서 그의 면책특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쪽으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오성운동은 18일 밤(현지시간) 마무리된 살비니의 면책특권 해제 여부를 묻는 당원투표에서 면책특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쪽에 다수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성운동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온라인 플랫폼 '루소'를 통해 실시된 이날 투표에 참여한 당원 5만2천417명 가운데, 59.05%는 살비니 부총리의 당시 결정은 국익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면책특권이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면책특권을 해제해 그를 난민 감금과 직권 남용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응답은 40.95%였다.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들이 작년 8월 카타니아 항에서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
오성운동의 이번 투표는 카타니아 특별법원이 작년 8월 '디초티'호 난민들의 하선이 지연된 사건과 관련, 책임자인 살비니 부총리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한 검찰의 결정을 뒤집고 그를 난민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난달 판결한 뒤 상원의 관련 위원회에 면책특권 해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당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돼 해안경비대의 함정 '디초티'를 타고 시칠리아 항만에 입항한 아프리카 난민 170명에 대해 유럽연합(EU) 차원의 분산 수용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열흘 동안 하선을 막아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과 함께 불법 감금,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바 있다.
카타니아 특별법원의 요구에 따라 23명으로 구성된 상원의 관련 위원회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투표에 회부해 살비니의 면책특권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상원 위원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오성운동은 상원 위원회의 투표에 하루 앞서 당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당의 방침을 결정하기로 하고, 이날 당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날 투표에서 면책특권 유지 쪽에 다수의 찬성표가 나옴에 따라 19일 상원위원회의 투표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오성운동의 투표에서 살비니를 기소하는 쪽에 다수의 표가 나오면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잡고 작년 6월 출범한 포퓰리즘 연정이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표 결과는 이탈리아 정가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살비니 부총리와 오성운동을 이끄는 포퓰리즘 정부의 또 다른 실세인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모두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연립정부는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오성운동의 투표로 살비니에 대한 면책특권이 해제될 경우 주요 이슈에서 사사건건 이견을 노출해온 두 세력은 결국 갈라서는 수순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었다.
이날 투표로 포퓰리즘 연정은 또 한 번의 분열 위기를 일단 잠재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009년 탄생한 오성운동이 좌파와 우파로 나눠진 기성 정치권의 부패를 싸잡아 비난하며, 정치인들의 특권 폐지를 역설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표 결과는 오성운동의 모순을 드러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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