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 통역사들, 철군 이후 탈레반 보복에 노출…佛, 입국 계속 거부
2017년 1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아프간인 통역사들 [AFP=연합뉴스]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격퇴전에서 프랑스군 통역을 맡았던 아프간인들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오랜 기간 법정 투쟁을 거쳐 난민 자격을 인정받게 됐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콩세유데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격퇴전에 참전한 프랑스군의 통역을 했던 아프간인들을 국가가 즉각 보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자이눌라 오리야카일(30) 등 5명의 아프가니스탄의 전 프랑스군 통역원들이 프랑스로 입국했다.
오리야카일은 2009∼2013년 프랑스 연대에 배속돼 통역으로 일했다. 탈레반의 매복에 대비해 프랑스군으로부터 지급받은 소총으로 무장한 그는 사실상 전투원 역할도 병행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그는 곧바로 탈레반의 보복에 노출됐다. 고향 집에서 지나가던 차량의 사격을 받은 적도 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찰대와 대화하던 중 오토바이 자살폭탄 공격으로 다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프랑스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별다른 사유도 없이 거부당했다.
프랑스는 2001∼2014년 나토의 아프간 대테러 전쟁에 5번째로 많은 병력을 투입한 나라다. 통역, 운전사, 막사 관리 등의 분야에서 770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철군 이후 자신들이 채용했던 현지인들의 안전은 외면했다.
2013∼2018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서 224명의 통역이 프랑스 이주 비자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입국 심사과정에서 대부분 반려됐다.
하지만 콩세유데타는 프랑스군의 통역으로 전장에서 함께 싸운 아프간인들을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서아프리카 사헬지대 등 프랑스군이 파병된 지역의 다른 현지 채용인원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0∼2012 프랑스군 통역사로 일했던 카다르 다우드자이는 2015년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작년 10월 임신한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폭탄테러로 숨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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