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승한 테드 포터 주니어와 아마추어 파트너인 래리 피츠제럴드.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총 46개 대회를 치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외국 선수가 우승하기 가장 힘든 대회가 이번 주의 AT&T페블비치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이다.
1937년에 시작돼 올해로 78회째를 맞았는데 미국 국적이 아닌 선수가 우승한 건 단 세 번에 그친다. 지난 1965년 호주의 브루스 크램톤이 미국의 토니 레마를 3타차로 제치고 처음 우승했다. 두 번째도 호주의 브레트 오길이 미국의 빌리 레이 브라운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4년에는 비제이 싱(피지)이 미국인 제프 맥거트와 3타 우승을 거뒀다.
PGA투어에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활동하지만 유독 이 대회는 미국 선수의 승률이 높다. 다른 대회와 잠시 비교해보자.
1987년에 시작해 지난해까지 32회째를 치른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은 2001년 마이크 위어(캐나다)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미국인이 우승을 놓친 건 7번이다. 외국인 승률이 21.8%란 얘기다.
지난해까지 118회를 치른 미국의 대표적인 메이저 대회 US오픈의 경우 1895년 창설 이래 1908년까지는 스코틀랜드인의 독무대였다. 1911년 존 맥더못이 처음 우승한 이래 미국인은 총 84승을 거뒀다. 최근 4년간 미국 선수들이 우승을 이어가고 있으나 영국인 우승이 24명에 이른다. 남아공에서 5승, 호주에서 2승에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독일 선수가 각각 우승했다.
1934년 시작되어 지난해까지 82회를 치른 명인열전 마스터스는 지난 1961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을 첫 시작으로 201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까지 22명의 비 미국인 챔피언을 배출했다. 역대 그린재킷의 4분의 1은 미국인 아닌 선수가 입었다.
1926년으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다음 주 열리는 제네시스오픈 역시 1938년까지 스코틀랜드 출신 맥도널드 스미스 등이 4승을 거두는 등 미국 밖에서 우승한 선수가 적지 않다.
미국 코미디언 빙 크로스비가 1947년에 프로암의 대회 형식을 만들었다. |
순회 대회와 프로암 형식
페블비치프로암에서 유독 미국 선수가 강세인 건 대회 형식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추어와 한 조로 경기하면서 세 곳의 코스를 매일 오가면서 경기하는 형식 말이다.
페블비치프로암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1947년 코미디언 빙 크로스비가 프로암 형식을 제안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갖췄다. 태평양 바닷가 옆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이 대회는 3일동안 서로 다른 코스를 오갈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와 한 조가 되어 경기해야 한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선수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회 코스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페블비치링크스만 1947년부터 지금까지 72번을 치렀다. 스파이글라스힐이 1967년부터 시작해 51번, 몬테레이페닌슐러 쇼어코스는 12번, 듄스코스는 18번을 치렀다. 세계 최고로 아름답다는 사이프러스포인트에서도 1947년부터 1990년까지 44회를 치렀고, 포피힐스에서 19번, 란초산타페도 6번이나 된다.
이 대회처럼 3개 코스를 순회하는 데저트클래식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는데 지난해 존람(스페인)을 포함해 외국 선수의 우승은 5번 있었다. 캘리포니아 라퀸타의 세 개 코스에서 열리는 데저트클래식이 매번 좋은 날씨를 자랑한다면, 이 대회는 악천후와도 싸워야 하는 것이 추가된 핸디캡이다.
이 대회 코스들은 바닷가 옆에 위치해 강한 바람은 물론 악천후의 변수가 크다. 4라운드 포맷을 갖춘 1958년 이후로 악천후로 인해 3라운드 경기로 축소된 적이 6번이나 된다. 올해 역시 2라운드에 큰 비가 내리면서 2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하고 경기는 토요일 아침으로 순연됐다. 이 경우 잔여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다른 코스로 이동해 3라운드를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매일 코스를 옮겨 다니고 아마추어와 한 조를 이뤄 경기하는 데다 날씨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신경쓸 일이 꽤나 많아진다. 이 대회의 다승자 중에 캘리포니아 출신이 많은 건 바로 그런 여러 변수에서 도움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미켈슨이 9일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마쳤다. |
오메라 5승에 미켈슨 4승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는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다섯 번 우승한 마크 오메라다. 필 미켈슨과 샘 스니드가 4승씩 거뒀고, 잭 니클라우스와 조니 밀러는 세 번씩 우승했다. 그밖에 올해 출전하는 선수 중에 더스틴 존슨, 브랜트 스네데커가 2승씩 올렸다.
페블비치링크스에서는 US오픈도 1972년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다섯 번 열렸다. 두 대회 모두 우승한 선수는 톰 왓슨, 잭 니클라우스, 톰 카이트 그리고 타이거 우즈다. 우즈는 2000년초에 페블비치프로암에서 우승한 뒤 그해 US오픈에서 2위와는 무려 15타차로 우승했다.
올해 49세의 베테랑 필 미켈슨은 통산 5승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9일 스파이글래스힐에서의 2라운드에서는 4언더파 68타를 쳐서 공동 선두(10언더파 133타)로 마쳤다. 1998년 처음 우승한 미켈슨은 2012년에 4승째를 올렸다. 1라운드에서 티샷 페어웨이 적중률 100%를 기록하면서 66타를 친 미켈슨은 2라운드에서는 웨지샷을 선보이면서 이 대회의 맹주임을 알렸다.
그밖에 루카스 글로버, 스콧 랭리가 공동 선두로 대회를 마쳤고, 조던 스피스는 두 홀을 남겨두고 공동 선두로 둘째날 경기를 마쳤다. 공동 선두 중에 폴 케이시만 유일하게 잉글랜드 출신이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선두에 한 타차 6위이고,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가 선두와 3타차 8위이지만 올해 역시 미국 선수의 우승이 예상된다.
한국 선수 중에는 지난 2012년 필 미켈슨이 우승할 때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위창수가 2타차 2위를 기록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첫날 공동 3위였던 김시우(24)는 공동 15위(6언더파 137타)로 내려가 있고, 배상문(33)과 강성훈(32)은 경기를 마치지 못한 채 4언더파로 공동 33위에 머물러 있다.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46)은 이경훈(28)과 공동 128위로 60위까지 가리는 컷 통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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