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4년 14승이 최고기록
커쇼, 뷸러 이어 3·4선발 전망
오늘 미국 출국 “컨디션 최고”
류현진이 ’올 시즌 20승이 목표“라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실현 가능성을 떠나 그만큼 신체적·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됐다는 뜻이다. 빅리그 한국인 최다승은 2000년 박찬호의 18승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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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지난 27일 팬 미팅 행사에서 “올 시즌 목표를 말해달라”는 한 팬의 질문에 “20승이다. 꼭 20승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이벤트성 발언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한 시상식에서도 “목표는 20승”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급 투수에게도 20승은 꿈 같은 얘기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최다 승리는 지난 2013년과 14년 각각 기록한 14승이다. 역대 메이저리그 한국인 최다승은 18승(2000년 박찬호)이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20승을 올린 투수는 2명뿐이었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에 데뷔한 뒤 목표를 묻는 말에 단정적으로 대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이 그의 모범답안이었다. 기록을 욕심낼 때는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말했다. 굳이 목표 승수를 물으면 “10승 정도”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굳이 ‘20승’이라는 말을 꺼낸 건 정신적 무장과 신체적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월드시리즈 등판을 마치고 귀국한 류현진은 짧은 휴식 후 곧바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김용일 트레이너(전 LG 트윈스 트레이닝 코치)를 고용해 서울 잠실구장에서 몸을 만들었고, 이달 중순에는 날씨가 좋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강도를 높였다. 김 트레이너는 “오키나와에서 라이브 피칭(타자를 세워두고 던지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프지 않아서 류현진이 만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15경기에서 7승3패를 기록했다. 왼 허벅지 내전근(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이나 쉰 탓에 등판 횟수가 적었다. 규정 이닝의 절반 정도인 82와 3분의 1이닝만 던졌지만 각 부문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평균자책점(1.97), 피안타율(0.221), 이닝 당 출루허용률(1.01), 9이닝당 탈삼진 수(9.73) 기록을 보면 그의 투구 품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지난해처럼 잘 던진다 해도, 지난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의 타선과 수비 지원을 받는다 해도 20승은 쉽지 않다. 류현진이 20승을 언급한 건 풀타임을 뛰겠다는 각오이고,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겠다는 뜻이다. 어느덧 32세 베테랑이 된 류현진은 큰 목표를 세운 뒤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단계를 넘어섰다.
다저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류현진에게 연봉 1790만 달러(약 200억원)짜리 1년 계약(퀄리파잉 오퍼)을 제안한 건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 ‘류현진 리스크’는 2015년 수술받은 왼 어깨인데, 다저스는 지난해 류현진의 피칭을 보고 우려를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지난 2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팬 페스트 행사에서 “(내가 3년 전에 다저스로 왔기 때문에) 류현진이 던지는 모습을 지난해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그는 매우 뛰어난 감각이 있고, 계획대로 던질 수 있는 유능한 선수”라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알렉스 우드를 잃었지만(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건강한 류현진이 있다. 또 어깨 부상을 입었던 훌리오 유리아스도 돌아온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다저스 선발진은 올해도 클레이턴 커쇼가 이끈다. 지난해 특급 투수로 성장한 워커 뷸러가 2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 다저스가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같은 에이스 투수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여러 상황으로 볼 때 류현진은 4선발 안에 안정적으로 들 수 있다.
다저스는 지난달 우드를 비롯해 외야수인 야시엘 푸이그와 맷 켐프를 떠나 보냈다. 대신 A J 폴락(외야수), 러셀 마틴(포수), 조 켈리(불펜투수) 등을 영입했다. 다저스에서 3개월만 뛰고 FA가 된 매니 마차도(내야수)의 공백은 부상에서 돌아오는 코리 시거가 메울 수 있다.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는 지난해 92승(71패)보다 더 많이 승리할 것 같다. 전력의 균형이 좋다”고 말했다. 비싼 선수를 추가로 영입하지 않아도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류현진이 말한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20승 고지에 오를 가능성도 생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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