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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기적을 바랐지만….”
아시안컵 돌풍을 일으킨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우승후보 일본의 벽에 막혀 사상 첫 4강 진출의 꿈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선전을 펼친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은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베트남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본과의 8강전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0-1로 석패했다. 후반 12분 비디오판독(VAR) 끝에 허용한 페널티킥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객관적 전력 차이로 베트남의 승리를 예상하긴 힘들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에 불과한 베트남은 50위 일본보다 정확히 두 배나 낮았다. 더구나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4회) 우승국. 베트남은 녹아웃 방식으로는 처음으로 16강에 합류해 8강까지 진출했다.
최종 스코어가 증명하듯 베트남은 졌지만 최선을 다해 잘 싸운 경기였다. 일본이 주도권을 잡은 경기였으나 베트남의 역습도 날카로웠다. 아찔한 실점 위기에 일본 수비진은 식은땀을 뺐다. 그러나 ‘박항서 매직’은 8강까지였다.
베트남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이란, 이라크, 요르단, 일본 등 아시아 강호들을 상대했다. 이라크를 상대론 2골을 먼저 넣고도 2-3으로 역전패를 당했고, 요르단과 16강전에선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이란과 일본에 패했지만, 졸전이 아닌 모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지난해 스즈키컵 우승 이후 짧은 준비 기간에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박 감독은 아쉬움이 컸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적을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8강까지 진출한 것도 극적이었다. 비록 졌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쟁심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박 감독의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당초 목표를 달성한 박항서의 베트남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베트남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건 경험이다. 동남아시아 축구 축제인 스즈키컵에서 정상에 오른 베트남은 아시아 축구 강국들이 모두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선전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만 체력과 투지만으로 8강 그 이상의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배웠다. 박 감독도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톱 팀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항서 매직’은 멈췄지만, 베트남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베트남 축구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우승은 조국인 대한민국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뒤 ‘아빠 미소’를 띄운 채 떠났다.
베트남에서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박 감독은 지휘봉을 바꿔 잡고 오는 3월에 열리는 U-22 대표팀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이후 박 감독의 눈높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 맞춰져 있다.
서민교 기자 min@ajunews.com
서민교 m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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