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아시안컵 벤투호에서 이런 방식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만난 상대팀 대부분이 중앙 밀집수비 카드를 꺼냈기 때문에 중원을 통한 문전 연결은 힘들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보다 강한 팀이 많지 않던 아시안게임에서도 겪던 상황이다.
실제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가 기록한 9골 중 대부분은 중앙에서 패스 연결로 만들었다. 첫 골은 조별리그 중국전에 나섰던 김문환이 중원에서 수비수들 사이로 과감히 침투해 페널티 지역 안에 있던 황의조에게 연결했고, 두번째 골 역시 나상호가 수비수 한 명을 몸짓으로 제친 후 문전에 있던 황의조에게 패스해 골을 만들어냈다.
이런 장면은 아시안컵에서 실종됐다. 16강 상대 바레인은 이 점에 주목해 측면 공간을 열어줬다. 무엇보다 돌파하지 않고 크로스를 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었기에 크로스 상황에서 바레인 수비수 대부분은 문전으로 밀집했다. 여기에 크로스 정확도마저 떨어지다 보니 황의조 머리로 연결된 패스는 전무했다. 실제로 황의조는 머리보다는 중앙에서 침투되는 패스를 받아 마무리 하는 데 익숙한 선수다.
필리핀전 이후 황의조가 유효슈팅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전술·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이미 16강 바레인전에서 측면 수비수들이 연결하는 크로스의 효용이 떨어진다는 게 증명됐다. 황의조를 집중 견제하는 수비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들의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침투·돌파 시도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중국전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은 16강에서 다소 지쳐 보였다.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들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카타르전에서 중국전과 같은 손흥민의 존재감이 없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중국전 사실상 풀타임(88분), 바레인전 연장 혈투(120분)를 소화한 손흥민이지만 카타르전은 각오가 남다르다. 2017년 6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2대3으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한국이 33년 만에 카타르에 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 30분 만에 오른팔 골절로 교체 아웃된 뒤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체력 회복 여부와 별개로 손흥민에게는 설욕의 기회다.
네 경기 평균 점유율 74.5%. 높은 점유율로 유명한 한국(71%)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록이다. 하지만 결과는 2승2패. 전력 차가 확실했던 북한·레바논을 상대로는 좋았지만 각각 71%, 75%를 기록한 조별리그 3차전 카타르전과 16강 일본전에선 패배했다. 한국이 네 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눈에 많이 보인 건 중앙 수비수 김민재였다. 상대팀에 공격 기회가 많아서가 아니라 중원에서 뒤로 연결되는 패스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수비수가 맞선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옆과 뒤로 볼을 돌렸다.
아무런 시도 없이 하프라인 뒤에서 공을 돌리는 축구는 이미 저물고 있다. 전력이 엇비슷한 상대를 맞아 점유율 20%대만을 유지하고도 승리한 카타르와 일본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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