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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첼시의 ‘조르지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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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성공 2077개…어시스트는 ‘0’

정확도 최고지만 ‘기여도 낙제’

캉테 역할과 맞물려 감독 숙제

경향신문

‘똑 딱 똑 딱….’

메트로놈은 박자를 지정해 주면 그에 맞춰서 일정한 템포로 정확한 타이밍을 알려 준다. 박자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드러머나 기타 연주자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아이템이다. 그러나 메트로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음악이 기계적이고 감흥이 사라질 수 있다.

지금 첼시가 직면하고 있는 조르지뉴(사진) 딜레마는 ‘메트로놈 딜레마’와 비슷하다. 조르지뉴는 패스를 통해 첼시의 리듬과 속도, 템포를 조절한다. ‘똑 딱 똑 딱’ 일정한 템포로 계속해서 울리는 메트로놈처럼 쉴 틈 없이 패스를 배달한다.

21일 현재까지 2077개의 패스를 성공시켜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경기당 평균 94.4개꼴이다. 1960개로 2위인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테보다 100개 이상 많다. 놀라운 점은 2000개가 넘는 패스를 배달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어시스트는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시스트 숫자만으로 중앙 미드필더의 능력을 규정할 순 없다. 리그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꼽히는 페르난지뉴도 1599개의 패스에서 3개의 도움만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패스 2위 라포르테 역시 도움이 0개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인 페르난지뉴나 수비수 라포르테와는 달리 조르지뉴가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로 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어시스트 0개는 아쉬운 대목이다.

조르지뉴에게 밀려 모나코로 떠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비교해도 그렇다. 공격형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긴 했지만 파브레가스는 5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15골41도움을 올렸다. 조르지뉴는 긴장도를 확 끌어올리는 키패스도 14개에 그쳤다. 그의 패스는 끊임없이 박자만 맞췄다.

상대팀들이 첼시의 ‘메트로놈’을 꺼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도 숙제로 떠올랐다. 아스널 램지는 조르지뉴를 강하게 압박해 조르지뉴가 편하게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도록 했다. 첼시는 조르지뉴를 중심으로 돈다. 조르지뉴가 멈추면 첼시도 멈춘다. 리오 퍼디낸드는 “조르지뉴는 공수에서 모두 기여하는 게 없다”고 혹평했다.

조르지뉴의 부진은 은골로 캉테의 존재 때문에 부각된다. 캉테는 자타공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활동량과 태클 등에서 조르지뉴가 감히 넘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사리 감독은 캉테를 공격적으로 돌리고, 조르지뉴를 중앙 미드필더로 쓰고 있다. 조르지뉴는 사리 감독의 페르소나이다. ‘사리볼’을 구현하는 그라운드 사령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두 달 사이에 4패를 당하면서 조르지뉴에 대한 의문부호만 커지고 있다.‘조르지뉴가 과연 첼시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게 맞는가’, ‘캉테는 다른 포지션에서 낭비돼야 하는가’. 사리가, 조르지뉴가 풀어야 할 질문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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