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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이름은 퍼블릭 골프장, 행세는 프라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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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과세 피해 퍼블릭 전환 줄이어

명칭만 프라이빗처럼 쓰는 ‘꼼수’

과도한 카트 사용료부터 내려야

중앙일보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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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라이더컵이 열린 웨일즈의 명문 골프장 캘틱매너는 퍼블릭(대중제) 코스다. 이 골프장의 이름에는 GC(Golf Club) 혹은 CC(Country Club) 같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골퍼들이 식사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 건물을 클럽하우스가 아니라 골프하우스라고 부른다. 캘틱매너는 클럽이 아니므로 클럽하우스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명 코스인 페블비치도 마찬가지다. 페블비치CC가 아니라 페블비치 링크스다.

한국에 프라이빗(회원제) 골프장 시대가 지고 퍼블릭 골프장 시대가 왔다. 2015년 이후 새로 문을 연 골프장 29개와 2021년까지 개장 예정인 52개 골프장 모두 퍼블릭이다. 중과세 때문에 기존 프라이빗 골프장들도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퍼블릭 골프장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 64%다. 세금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당분간 신설 프라이빗 골프장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차이는 간단하다. 프라이빗은 소유권 혹은 이용권을 가진 특정인들이 이용하는 클럽이고, 퍼블릭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들이 대부분 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회원제 클럽은 처음엔 소셜 클럽으로 시작됐다. 예를 들어 마음 맞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고 골프 코스를 지어 자기들끼리만 이용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클럽하우스나 코스에서 어떤 드레스 코드를 쓸 것인지, 어떤 조건으로 새 회원을 받을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따라서 비회원이 특정 클럽에 가서 ‘왜 이 골프장에는 이런 복장이 용납되지 않느냐’라고 항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반대로 모두가 이용하는 퍼블릭 골프장에서는 복장 규정 등이 없거나 최소한으로만 하는 것이 옳다.

서양에서도 퍼블릭 코스가 골프 클럽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단순 골프코스에서 기능이 확대되어 클럽하우스 내 모임 장소를 제공하거나 주변 주택단지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 기능을 하는 곳은 이런 이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처럼 무분별하게 CC를 갖다 붙이지는 않는다.

국내 퍼블릭 골프장이 클럽이라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프라이빗=고급', '퍼블릭=싸구려'라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나 페블비치 ‘링크스’처럼 퍼블릭 중에도 멋진 코스가 많다. 특히 리조트 코스 중에서 풍광이 뛰어난 곳이 많기 때문에 세계 명 코스 중 퍼블릭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GC 혹은 CC가 프라이빗, 퍼블릭을 막론하고 골프장을 일컫는 말이 돼버렸다.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것은 클럽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퍼블릭 코스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고 있지 않나 생각해서다. 퍼블릭 골프장은 이름 그대로 특정인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한국 골프장들은 공익 단체가 아니라 사기업이기에 이익 추구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회원제 클럽처럼 우리끼리 뭘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 세금을 프라이빗보다 훨씬 적게 내지 않는가.

퍼블릭은 지역 주니어 선수 육성 등 대중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의하면 퍼블릭 골프장들의 2017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31%라고 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적어도 폭리를 누리는 카트 사용료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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