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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저니맨 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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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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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드레이크에게 2018시즌은 특별했다. 늦깎이 데뷔한 31살의 메이저리그 4년차 투수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마운드 위에서 세운 기록이라기보다는 라커룸에서 세운 기록이다. 짐을 싸고, 풀고, 다시 싸고, 또 풀었다. 드레이크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 시즌에 5팀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드레이크는 2008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48라운드에 볼티모어에 지명됐다. 거의 마지막 순번에 가까웠다. 전체 순위로 따지면 1286번째였다. 빅리그 입성 자체가 ‘기적’이 될 수도 있는 순위다.

목표까지 오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버티고 버틴 끝에 얻은 성과였다. 2015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1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우완 투수다. 1루 쪽으로 몸이 넘어지는 듯한 투구폼을 지녔다. 투구폼의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릴리스 포인트의 높이와 각이 좋다. 평균 93마일(약 150㎞)짜리 공 끝이 지저분하게 움직인다. 어딘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투구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회전수도 분당 2263회로 리그 평균을 웃돈다. 게다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2푼3리는 스페셜리스트 활용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그 ‘느낌’이 ‘기록’을 만들었다. 드레이크는 2017년 4월 볼티모어에서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2018년 최지만과 함께 밀워키에서 시즌을 맞았다. 5월6일, 밀워키에서 클리블랜드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새 팀에 적응할 기회도 없었다. 겨우 4경기 등판해 4.1이닝 동안 6실점했다. 평균자책점 12.46으로 다시 짐을 싸야 했다. 클리블랜드에서 웨이버 공시된 뒤 이번에는 LA 에인절스가 드레이크를 데려갔다. 8.2이닝 5실점. 다시 짐을 쌌다. 6월27일, 웨이버로 풀린 드레이크를 토론토가 영입했다. 겨우 1.2이닝, 3점을 내줬고, 겨우 4일 만에 다시 웨이버 형태로 방출됐다.

8월4일 미네소타가 드레이크를 데려갔고, 드레이크는 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 순간이 메이저리그 신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동안 5팀에서 뛴 선수는 드레이크가 최초였다.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면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투수였다. 미네소타에서 두 달을 뛰며 20.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19로 호투했다. 저니맨의 부진은 실력 때문이 아니라 피곤한 환경 때문이다.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즉시 증명을 강요받는다.

순식간에 ‘저니맨’이 된 드레이크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40인 로스터를 재정비하면서 미네소타는 드레이크를 다시 방출했다. 이번에는 탬파베이가 드레이크를 데려갔다. 어디 한 군데 정착이 쉽지 않았다. 탬파베이는 11월21일 드레이크를 내보냈고, 토론토가 다시 데려갔다. 토론토는 12월31일, 드레이크를 방출선수 명단에 올렸고 탬파베이가 다시 드레이크를 원했다. 지난 5일, 탬파베이는 약간의 현금을 내주고 드레이크를 트레이드해 왔다. 드레이크는 2018년 동안 무려 7번의 트레이드를 겪어야 했다. 밀워키에서 함께 시작했던 드레이크는 돌고 돌아 탬파베이에서 다시 최지만을 만나게 됐다.

경향신문

야후스포츠는 드레이크의 지독한 트레이드에 대해 “천당과 지옥 사이에 있는 야구의 연옥에 갇혀 있던 시즌”이라고 전했다. 구단들은 드레이크를 원했지만, 꼭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드레이크에게 2019년은 자신이 꼭 필요한 선수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즌이다. 자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은, 새해를 맞은 많은 이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드레이크와 함께 모두들 힘찬 새해를.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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