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팀에 유독 강해 자신감 보여
공격지향적 ‘스리톱 전술’ 승부수
훈련 중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사진 디제이매니지먼트] |
베트남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달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A매치 18경기 연속 무패(9승9무)의 상승세를 탔다. 조별리그 D조에 속해 이란·이라크·예멘과 격돌한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서아시아(중동) 팀을 만나면 자신감을 보인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팬은 이상하리만치 중동 축구를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팀에 대해선 필요 이상으로 부담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아시안컵과 별로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2007년 출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밟는 본선 무대다. 12년 전 베트남은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나섰다. 당초 베트남에서 아시안컵은 주목하는 대회가 아니었다. 그런데 스즈키컵 우승으로 축구 열기에 달아오른 데다, ‘박항서 매직’에 대한 기대감도 커 관심이 커졌다.
‘16강 진출’이 1차 목표인 베트남의 승부처는 8일 열리는 조별리그 1차전 이라크전이다. D조에서는 이란이 우승 후보, 예멘이 최약체로 꼽힌다. 베트남과 이라크가 16강 진출권이 주어지는 2위를 놓고 경쟁하는 판세다. 이라크를 잡을 경우 베트남은 2위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 결과가 나올 경우 힘든 조별리그가 불가피하다. 조 3위의 경우, 16강에 오를 수 있지만, 경우의 수(3위 여섯 팀 중 상위 네 팀 16강 진출)를 따져야 한다.
베트남에 이라크전은 ‘설욕전’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2007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라크 축구의 레전드 유니스 마무드 칼레프에게 2골을 내주고 0-2로 졌다. 베트남 축구가 박항서 감독 부임 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대회였고, 그만큼 쓰라린 기억이다.
박항서 감독은 스즈키컵에서 스리백 위주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우승컵을 안았다.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새 카드로 ‘스리톱’을 꺼내 들었다. 발 빠른 공격수 세 명을 최전방에 배치해, 역습 기회에서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적용했던 3-4-3포메이션을 베트남 대표팀에 응용했다. 스리톱으로는 J리그 진출설이 나오는 응우옌 꽝 하이(22)와 스즈키컵에서 주로 교체 출전했던 응우옌 콩 푸엉(24), 하둑친(22)이 꼽힌다. 꽝 하이가 1, 2선을 오가는 ‘가짜 9번’ 역할을, 나머지 두 선수가 남은 두 자리를 각각 맡는다.
사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도 그랬지만, 3-4-3 포메이션이 효과적이려면 선수들의 강한 체력이 필수다. 공격수를 3명이나 두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려면 사실상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감독은 공격수 응우옌 안둑(34), 미드필더 응우옌 반 쿠엣(28) 등 주전급 노장을 과감히 빼고 20대 젊은 선수로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25일 북한과 1-1 무승부, 지난 1일 필리핀에 4-2 승리 등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바뀐 전술로 괜찮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간 카타르 도하에서 현지 적응을 해왔던 박항서호는 4일 첫 경기 장소인 UAE 아부다비에 입성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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