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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뮤지컬 '라이온 킹', 20년 명맥에는 이유가 있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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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현민 기자] 20년간 전 세계 95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뮤지컬 '라이온 킹'의 무대는 소문대로 장대하고 화려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밀림의 세계는 단순한 플롯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지난 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첫 무대가 공개됐다. 필리핀 마닐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가게 된 이번 '라이온 킹' 공연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옮긴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이 20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공연을 감상했을 때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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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뮤지컬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좌중을 압도하는 오프닝이다. 먼저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부르며 무대를 연다. 이와 함께 무대 양옆의 퍼커션 연주자들이 연주를 시작하면 공연장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분위기로 바뀐다. 이어 객석 뒤편을 비롯해 무대 사방에서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이 튀어나오고 무대 위에 이들이 다 모였을 때는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이 장면에서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 없이 공연장 전체가 어우러져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도록 해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오리지널 뮤지컬에서 그대로 가지고 온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 장비들도 볼거리다. 예를 들어 프라이드랜드의 언덕, 코끼리 무덤, 대형 롤러로 구현된 들소 떼 질주 등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실사화한 것처럼 모사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극 중반부, 조명과 무대 장치로 표현한 밤하늘 속 무파사의 얼굴 형상이 움직이며 말하는 모습이 나올 때는 객석의 탄성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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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대사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우선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물론 오리지널 공연이기 때문에 영어 대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무대 양옆에 설치된 화면에 자막이 나오긴 한다. 자막이 무대와 떨어진 구석에 있는 탓에 보기 편리하진 않지만 자막이 없어도 감상에 지장이 크지 않다. '라이온 킹'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여타 뮤지컬에 비해 대사의 중요성이 낮다.

아울러 한국의 정서를 녹인 대사의 변형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에는 대구의 서문시장, 에버랜드, 번데기 샌드위치 등 한국 문화가 담겨 있다. 제작진이 한국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일종의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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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퍼펫(꼭두각시) 등으로 표현한 캐릭터들의 외양 역시 독창적인 볼거리다. 예를 들어 주요 배역인 심바, 무파사, 스카 등 사자들은 배우의 머리 위에 얹힌 가면으로 얼굴이 묘사된다. 특이한 건 이 가면이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배우 얼굴 앞으로 떨어져 네 발로 걷는 사자처럼 보이도록 한다는 점이다. 미어캣 티몬은 배우가 퍼펫을 들고 조종하며 대사와 움직임을 표현한다. 이런 화려한 장비들은 정글의 수많은 동물들을 다양하고 재미있는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아울러 배우들의 실제 얼굴을 드러냄으로써 각 캐릭터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주요 캐릭터 뿐만 아니라 극 중 등장하는 모든 동·식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배우가 장대에 달린 새 모형을 흔드는 것으로 표현된다. 코끼리는 배우 네 명이 다리 하나씩을 맡아 거대한 모습을 구현한다. 심지어 초원의 풀숲까지도 배우들이 머리에 잔디 모형을 인 것으로 형상화해 신선한 볼거리로 눈이 쉴 틈을 주지 않게 한다.

무엇보다도 '라이온 킹'의 화룡점정은 배우들의 호연에 있다. 18개국 출신의 각양각색 배우들의 개성만점 노래와 연기는 세계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매료시킬 만한 환상적인 뮤지컬을 완성한다.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가져온 무대가 무려 20여 년간 전 세계 어린이부터 어른 관객까지 매료시켜왔다는 건 이 뮤지컬이 얼마나 많은 흥행 요소를 갖춘 작품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김현민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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