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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인터뷰]‘마약왕’ 송강호, 국민 배우의 역대급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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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송강호가 `마약왕`으로 연말 극장가에 도전한다. 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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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국민 배우 송강호(51)의 반란이다. 소시민 캐릭터의 상징이었던 그가 완벽하게 비뚤어졌다. 가파른 인생 굴곡 끝에 끝내 파멸해버리고 마는, 무너져 가는 ‘마약왕’으로 파격 변신해 139분 내내 충격을 안긴다. 100% 오롯이 상상력만으로 완성된 그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영화 '마약왕'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여전히 정감이 넘쳤다. 스크린에서 본 미치광이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않는, 친숙하고도 투박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다. “이런 분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이라며 웃으며 물으니, “선물마냥 반갑게, 어쩌다 보니 ‘툭’ 내게 왔다”며 더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동안 연기해온 그 어떤 캐릭터보다 내면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물을 만나니 묘한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갈증을 느껴서나, 변신을 의도해서 뛰어든 건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스르륵’ 인연처럼 만났죠.”

70년대 마약 유통 사건들을 영화화한 ‘마약왕’은 국가는 범죄자, 그러나 세상은 왕이라 부른 남자 이두삼의 일대기를 담는다. ‘내부자들’로 충무로의 스타로 떠오른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가장 신난 건 20년 전부터 조금씩 보여줬던 제 안의 어떤 모습을 이두삼을 통해 마음껏 분출할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배우로서 어떤 자극을 받기도 했고 관객들도 반가워하시지 않을까 설레기도 했어요. 마약 범죄에 국한하거나 미화하는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낳은 괴물 같은 인물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한 시대를 조명해볼 수 있는 영화라 좋았어요. 우민호 감독의 새롭고 도발적인 연출 스타일도 물론 매력적이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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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트레이드마크인 소시민 연기가 아닌, 마약왕 메소드 연기로 연기력을 뽐낸다. 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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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변신이었던 만큼 쉽지만은 않았을 터. 마약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형상화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이자 난제였단다.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해 완주해야 하는 작업이라 극한의 외로움을 느꼈다”는 그는 “감독님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라 고독하고도 혼란스러웠다. 스스로 맞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두삼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며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데다 상업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도전적인 지점들이 많아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선하게 보시는 분들도, 그 낯선 지점에서 당황스럽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로 인해 생기는 어떤 논쟁이나, 다양한 시각도 좋다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을 떠나 많은 이야기가 생산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좋은 영화가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송강호’라는 브랜드. 관객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았지만 역시나 그는 의연했다. 흥행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알고 싶은 혹은 몰랐던 이야기,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관객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 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지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물론 책임감을 느끼긴 하지만 제 바람대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내려놓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저를 괴롭게 하기 보단 오히려 나태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일종의 자극제가 되고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순 없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했던 우리의 진심과 열정은 고스란히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록그룹 퀸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가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마약왕'은 19일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나란히 개봉한다. 이어 25일 '트랜스포머'의 외전격인 '범블비', 26일 하정우의 'PMC:더 벙커'가 가세한다.

송강호는 '마약왕'을 둘러싼 연말 극장가 대진표에 대해 “관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다양한 장르의 좋은 영화들이 대거 포진된 것 같아 나 역시 기대된다. ‘마약왕’ 역시 신선한 재미를 품은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또 한 번 허허 웃었다.

'마약왕'은 송강호를 필두로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대명, 윤제문, 김소진, 박지환 등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연기대결을 펼쳤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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