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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전면 드래프트, 논의 앞서 왜 실패했는지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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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왜 1차 지명으로 돌아왔는지부터 봐야하지 않겠나.”

장단이 뚜렷하다. 전력 평준화, 전체 1순위가 갖는 상징성 등은 분명한 장점이다. 1차 지명자보다 2차 상위 라운드 지명자의 기량이 뛰어나 울며 겨자먹기로 1차 지명권을 행사하는 지방구단들은 전면 드래프트 재시행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을 지닌 전면 드래프트가 폐지된 게 불과 6년 전이다. 전면 드래프트를 논의하는 데 앞서 6년 전에 왜 1차 지명으로 선회하게 됐는지부터 철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프로구단의 연고지역 고교 지원 축소, 해외파 유출 문제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박근찬 운영팀장은 2010 드래프트부터 2013 드래프트까지 4년 동안 실행됐던 전면 드래프트가 폐지된 원인을 두고 “2012년 프로구단의 아마추어 지원 미비와 고교선수 해외 유출 문제 등으로 인해 다시 1차 지명을 시행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2월부터 고교 선수와 입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반면 드래프트는 8월에 열린다. 하지만 1차 지명이 다시 시행되면서 프로 구단의 연고지 고교 지원도 다시 활발해졌고 고교 선수들의 미국 진출도 많이 줄었다. 1차 지명제도는 특급 유망주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장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보다 심각했다. 전면드래프트가 재시행될 경우 고교 지원 축소, 해외파 유출 외에도 전학·유급이 만연해지고 명문고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랫동안 스카우트 업무를 맡은 넥센 고형욱 단장은 “전면 드래프트 재시행을 논의하는데 앞서 왜 전면 드래프트가 폐지됐고 왜 1차 지명으로 돌아왔는지부터 봐야하지 않겠나”고 입을 열며 “아마추어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1차 지명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하지만 전면 드래프트가 재시행되면 전학과 유급이 부쩍 늘어날 수 있다. 전학은 안 그래도 심각한 명문고교 쏠림 현상의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여 그는 “서울팀들이 1차 지명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것은 어느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면 드래프트로 돌아가도 큰 걱정이 없다. 드래프트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그동안 구축해온 스카우팅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좋은 선수를 지명할 자신이 있다”면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드래프트 제도 변화로 인해 아마추어 야구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생의 경우 개인마다 성장속도의 차이가 크다. 고교 2학년까지 주목받지 못했다가 3학년 들어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고 힘이 붙어 정상급 유망주로 올라서는 선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고교 선수 대부분의 목표는 프로 입단이다. 때문에 성장기가 늦게 오거나 포지션 변경에 따른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유급을 선택한다. 그런데 유급자는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학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명문고의 경우 야구부 인원이 70~80명에 달하는 반면 지방 몇몇 고교는 20명도 안 되는 야구부원으로 근근히 대회에 나간다. 고 단장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지방 선수들의 수도권 유학아닌가.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고 1차 지명이 없어지면 지방에서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수도권 명문 고교 유학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성용 야탑고 감독도 고 단장과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김 감독은 “전면 드래프트와 1차 지명 모두 장단점이 분명하다. 일단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면 1차 지명감이 없어도 1차 지명 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연고지역 선수를 지명하는 지방 구단들이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도 “반면 유급과 전학은 더 빈번해질 것 같다.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1차 지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 2학년부터 1차 지명을 목표로 삼는 선수들이 많다. 1차 지명이 없어지면 쏠림 혐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백호와 임병욱의 경우 경기도 출신인데 서울로 전학가지 않았나. 이런 뛰어난 선수들이 서울 명문고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O는 내달 15일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전면 드래프트 재시행을 논의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전면 드래프트에 대해선 구단마다 입장이 뚜렷하게 갈린다. 일단 실행위원회를 통해 장단점을 고루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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