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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리더십과 팔로어십은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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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베트남 축구를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화제다. 선수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기적같은 우승과 함께 한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줬다. 스포츠의 힘은 그래서 위대하다. 스포츠라는 콘텐츠 하나가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소름돋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리더십이란 결국 타인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체 스포츠에서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인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를 물리적 총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으로 묶어내기 위해선 전략적 사고에 능한 리더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포츠에서 거론되는 리더십은 자칫 특정인물이 이뤄낸 위업이나 쾌거를 전적으로 그의 지도력으로 환원시키거나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리더십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결국 리더와 그를 따르는 팔로어(follower)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설익은 리더십 분석은 자칫 사물과 현상의 제대로 된 설명보다 특정인에 대한 미화에 그치는 치명적인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팔로어, 즉 지도 대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정확한 판단이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베트남인들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G2인 미국과 중국도 역사적으로 이들을 함부로 넘보지 못했다. 자존심 강한 이들을 얄팍한 우월감으로 깔보며 함부로 지도했다간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민족적 에토스(ethos)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박 감독이 대나무처럼 강한 이들을 맘 넓은 아버지처럼 감싸안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달랜 건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박 감독을 향한 그들의 충성심 높은 팔로어십(followership)은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 팔로어들의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박 감독의 리더십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로 이어졌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우쳤다. 박 감독의 세심한 지도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그렇게 그들의 실핏줄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흔히 리더십을 거론할 때 대부분은 리더의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곤 한다. 모든 걸 리더의 능력으로 접근하고 파악하려고 하면 그건 현실과 동떨어진 신화에 머물 뿐이다.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도 그렇다. 박 감독의 리더십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토양 등 다양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자칫 리더의 설익은 이미지에만 천착하다보면 박 감독의 축구철학과 베트남 축구의 성공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박 감독이 가교를 놓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증진이 스포츠를 뛰어넘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기 위해서도 리더와 팔로어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현대 사회에서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처럼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존자원도 부족한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이러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빈번하며 갈등구조 역시 복잡하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 리더십은 친숙한 콘텐츠를 통해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어 사회적으로 무척 유용하다. 다만 리더십을 거론할 때 간과하기 쉬운 팔로어십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한 번쯤 곱씹어볼 대목이다. 성공한 리더십은 결국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절묘한 합주라는 믿음을 떨쳐낼 수 없다.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와 같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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