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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협찬 제품 보여주려 억지 상황 설정… 등장인물의 직업까지 끼워 맞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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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TV의 간접광고 수법

시청자들, "드라마인지 CF인지…"

KBS·MBC·SBS 등 지상파 드라마가 간접광고와 협찬으로 인해 완성도가 떨어지고, 시청자 몰입을 방해하는 등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위부터 10월 1일 방송된 KBS 드라마‘최고의 이혼’에서 주인공 배두나가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재킷의 기능을 연출하기 위해 외투를 벗는 장면. MBC‘ 배드파파’는 여주인공의 직업을 드라마에 상품을 협찬한 안마기 업체의 판매 사원으로 설정했다. SBS 드라마‘나도 엄마야’에서는 극 중 아버지 역할의 배우가 가정용 온열 의료기에 들어가 누운 채“아유, 시원하다”는 대사를 했다. /KBS·MBC·SBS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16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2주 동안 모니터링한 17개 드라마에는 '프로그램 방송 시간의 100분의 5 이내'로 제한된 간접광고뿐 아니라, 적게는 회당 18개에서 많게는 108개씩 상품·장소 등 각종 협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MCA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자막으로 알리는 협찬의 개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방송사들이 간접광고나 협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억지 상황을 만들고 등장인물 직업을 끼워 맞추는 등 개연성 없는 연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화장품 업체와 고깃집 프랜차이즈 기업 지원을 받은 SBS '나도 엄마야'는 자영업자인 여주인공의 고모가 화장품 대리점을 접고 새롭게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오픈하는 설정이 나왔다.

극 흐름에 관계없는 제품 홍보용 대사나 특정 제품을 클로즈업(근접 촬영)하는 경우도 쉽게 발견됐다. 10월 8일 KBS2 '최고의 이혼'에선 여주인공 배두나가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펜의 잉크가 묻어 재킷이 더러워지자 "이렇게 입으면 되지, 짠"이라며 옷을 뒤집어 입는 장면이 나왔다. SBS '미스마: 복수의 여신'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 장면이나 근접 촬영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열기 회사의 제작 지원을 받은 '나도 엄마야'에선 아버지 역할을 맡은 인물이 가정용 온열의료기에 누워 "아유, 시원하다"고 하자 아내가 "나도 오늘 하루 종일 했더니 몸이 확 풀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서울YMCA 보고서에선 또 "요즘 드라마에선 주방이 배경인 경우 어김없이 W정수기가 나오고, 거실에는 안마의자, 무선진공청소기가 등장하도록 배치한 경우가 많다"며 "2010년 간접광고가 허용된 뒤 사실상 광고나 다름없는 협찬이 무분별하게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도 "최근 TV 프로그램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협찬의 정의와 고지(告知) 방식에 대해 새롭게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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