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우승 직후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치는 베트남 선수들. [VN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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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컵 우승 직후 베트남 축구팬들이 하노이 시내로 몰려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하노이=송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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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군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 베트남 우승 장면과 닮았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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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 대표팀 코칭스태프 2인자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박항서(59) 수석코치(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표정과 행동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던 그때, 가장 바빴던 이가 박 코치였다. 우리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줬다. 2002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코치 박항서’가 늘 해왔던, 그 역할 그대로였다.
그땐 아마 박 감독도 몰랐을 듯싶다. 우승 문앞까지 오고도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히지 못한 채 주저앉는 안타까운 징크스가 10여 년이나 이어질 줄은. 사령탑 데뷔 무대였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여곡절 끝에 동메달에 그쳤고, 전남 드래곤즈 감독 시절이던 2010년 FA컵에서 준우승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을 보탰다.
2002월드컵을 앞두고 훈련 중 박항서 코치(가운데)가 김병지에게서 볼을 뺏으려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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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을 앞두고 16강 진출을 기원한 박항서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의 사인.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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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이 “이번엔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건 단지 베트남을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이제껏 우승 문고리만 잡아보고 아쉽게 돌아서야만 했던 지도자 인생의 아픈 기억까지 함께 날려보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함께 담겨 있었다.
전반 초반 선제골로 말레이시아에 1-0으로 앞서 또 한 번 우승 문턱에 발을 들이민 후반전, 박 감독은 좀처럼 자리에 앉지 못했다. 벤치 옆으로 살짝 물러나 연신 물을 들이키며 초조해했다. 경기 내내 초조한 듯, 어쩌면 살짝 화가난 듯 보이기도 했던 그의 얼굴은 종료 휘슬이 울리고서야 활짝 펴졌다.
스즈키컵 우승 직후 하노이 시내로 몰려나와 기쁨을 나누는 베트남 축구팬들. 하노이=송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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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은 신들린 듯한 용병술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전격 선발 기용한 벤치멤버 응우옌 후이 훙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원정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홈 2차전에서는 1차전에서 결장한 응우옌 아인 득이 결승골(1-0)의 주인공이 됐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탄탄한 수비와 위력적인 역습’을 전술의 뼈대로 설정하고 한국 전지훈련 기간 중 이를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노력 또한 적중했다. 이번 대회 기간 중 보여준 족집게식 용병술에 대해 ‘하늘도 박항서 감독을 도왔다’고 표현한다면 박 감독이 서운해할 지 모른다.
스즈키컵 우승 직후 미딘국립경기장 인근에서 홍염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베트남 팬들. 하노이=송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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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우승 축하 인파에 휩쓸려 숙소 호텔로 향하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박항서의 나라에서 왔냐”며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2002 한ㆍ일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을 마치고 정신 없이 동대문 앞까지 행진했던, 16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2년을 닮은 ‘하노이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박항서 감독(가운데)이 15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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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직후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의 포상금 전체 규모는 511억동(25억5000만원)에 달했다. 정부기관과 기업체에서 앞다퉈 보너스를 전달한 덕분이다. 당시 돈 이외에도 아파트, 자동차, TV, 스마트폰, 시계, 고급 휴양지 무료 이용권, 종신보험증서 등 다양한 선물이 쏟아졌다. 베트남 사람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이상으로 관심을 갖는 대회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오른 만큼, 포상금 규모는 23세 대표팀을 훨씬 능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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